대상포진 백신, 치매 예방 효과가?
30만 명 대상 조사에서 백신 접종자의 치매 위험 20% 낮게 나타나
대상포진 백신과 치매 발병률 감소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5일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된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유발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인 비활성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ZV)가 몸에 잠복하고 있다가 재활성화하면서 발생한다. 대상포진은 노인에게 가장 흔하며 심한 통증과 발진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2013년 9월 1일에 시작된 영국 웨일즈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 프로그램에 주목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백신은 80세 미만의 사람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 결과 웨일즈에서는 프로그램이 시작될 당시 80세 미만, 즉 1933년 9월 2일 이후에 태어난 사람만 대상포진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연구진은 1925년~1942년 사이에 태어난 29만6603명의 전자 건강기록을 살펴본 결과, 대상자의 약 절반이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Zostavax)가 출시된 지 7년 이내에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적격그룹에 속한 사람이 부적격그룹에 속한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8.5%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대상자의 절반 정도만 백신을 접종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백신이 치매 위험을 전체적으로 19.9% 낮춘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진은 생일을 기준으로 서로 몇 주 차이로 태어난 사람을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 책임자인 스탠퍼드대의 파스칼 겔드세처 교수(역학)는 8월에 80세가 된 사람이 9월에 80세가 된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을 이유는 없다면서 “유일한 차이는 생일을 늦게 맞은 사람이 대상포진 백신을 맞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하버드대의알베르토 아쉐리오 교수(역학)은 “매우 강력한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치매 발병률의 차이가 우연히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저자들이 다른 설명을 배제하기 위해 적절한 테스트를 수행했다며 “위험이 조금만 감소해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감염이 적어도 일부 치매 사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1990년대 영국 맨체스터대의 생물물리학자 루스 이츠하키의 연구진인 치매로 사망한 사람들의 뇌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발견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이론은 알츠하이머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돼 왔다. 그러나 올해 1월 《신경세포(Neuron)》에 발표된 미국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치매 센터’(CARD)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뇌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신경 퇴행성 질환의 발병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특정 바이러스 질환에 대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2022년 2월《미국노인학회저널(AGS)》)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역학 연구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중요한 문제는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즉, 다른 요인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병의 위험 감소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츠하키 교수는 이 연구가 무엇보다도 바이러스가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는 “1991년 이래로 우리가 주장해온 것과 완전히 일치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새로운 연구는 백신 접종 그룹의 치매 위험이 낮은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고 덧붙였다.
겔드세처 교수는 백신이 치매 발병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분석을 다시 수행하여 그 효과가 7년 이후에도 지속되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또한 이 효과가 주로 여성에게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2023.05.23.23290253v1)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