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응급실 찾다 사망…11곳 표류하다 심정지

병원들, 중환자 병상 부족 등 이유로 수용 불가 통보

구급차를 타고 2시간 동안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던 교통사고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뉴스1]
늦은 밤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 A씨가 구급차를 타고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다 2시간 만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소방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A씨는 30일 오전 0시 28분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편도 1차로 도로에서 후진하던 승용차에 깔렸다. 신고를 받은 양지119안전센터 구급대원들은 0시 38분 현장에 도착해 남성을 구조했다.

A씨는 당시 차량에 눌려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재빨리 응급실로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구급대원들은 우선 인근 대학병원인 아주대병원에 연락했지만 수용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서 연결한 용인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 수용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이후 상황실은 지역 반경을 넓혀 경기, 인천, 충남에 위치한 병원 8곳에 연락했지만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구급대와 상황실이 연락한 11곳의 병원이 모두 수용을 거절한 것.

사고 발생 1시간 20분이 지났을 때 의정부성모병원이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다. 기상 문제 등으로 헬기 이용이 어려워 100km 떨어진 병원으로 육로 이송을 했고 그 과정에서 오전 2시 30분쯤 A씨는 심정지가 왔다. 병원에 도착한 이후에는 사망 판정을 받았다.

대구에서 10대 여학생이 4층 높이 건물에 떨어져 다친 뒤 8곳의 병원을 돌다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또 다시 응급실 뺑뺑이 사고가 재현된 것. 당시 보건복지부는 병원 8곳 중 4곳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는 수용 거부’ 등의 이유로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국내 응급의료체계가 기형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응급실 과밀화, 의료인력 및 병상 등 인프라 부족, 비효율적인 응급의료전달체계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전국 어디든 중증응급환자가 1시간 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중증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는 등 개선 방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중증환자에 대한 즉각적인 수술 조치 연계 등 획기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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