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맵부심’, 기억력 떨어뜨린다?
지나치게 매운 음식 섭취하면 '일화 기억력' 감퇴
날씨가 더워지면 뜨겁고 매운 음식으로 땀을 내 더위를 이기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최근 노년에 매운 음식을 먹는 습관이 인지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존에도 캡사이신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된 적 있지만 뇌의 인지 기능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의학적인 근거가 거의 없다고 여겨졌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연구팀은 65~90세 노인 196명을 대상으로 매운 음식 섭취가 치매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 중 113명은 인지기능이 정상 수준이었고, 83명은 치매는 아니지만 경도 인지장애가 있었다.
연구팀은 노인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지난 1년동안 주 1회 이상 먹었던 음식을 파악해 국내 판매 제품의 평균값으로 맵기를 측정했다. 이렇게 파악한 음식의 매운 정도에 따라 노인들을 ‘매운 맛 없음(93명)’, ‘낮은 매운맛(58명)’, ‘높은 매운맛(45명)’의 3개 집단으로 구분했다. 이후 집단별로 ‘일화기억’ 능력이 얼마나 감퇴했는지 분석했다.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은 어떠한 장면을 특정 시간, 장소와 관련한 요소를 통해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아침에 집 열쇠를 어디에 올려 두었는지, 여섯 번째 생일 파티를 어디서 했는지를 기억하는 식이다.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인지 능력 변화는 일반적으로 일화 기억력 감퇴를 동반한다.
분석 결과 높은 매운맛을 섭취하는 그룹에서 기억 손상 소견이 관찰됐다. 반면 매운 맛을 먹은 적 없는 집단이나 낮은 매운맛을 섭취한 집단에서는 이러한 소견이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준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노인들의 신체 활동 수준이 낮을수록 더 두드러졌다. 매운 음식을 즐겨 먹었더라도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한 노인들은 인지 기능의 저하가 급격하지 않았던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신체 활동이 활발하면 체내 대사를 통해 신경 독성으로부터 뇌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또 “아주 맵지 않은 수준의 음식은 인지 저하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 식습관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에서 발행하는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