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심장 혈관 제자리로… '종교' 넘어선 신의 은총
[서동만의 리얼하트 #12]
한 선교사님이 28개월 된 환아의 수술을 부탁하셨다.
아이는 대혈관 전위, 심실중격 결손, 좌심실 유출로 협착이라는 복잡한 진단의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었다. 산소 포화도가 51% 밖에 안 되는 심한 청색증으로 이미 일차 시술(풍선 심방중격 절개술)을 받은 상태였다.
처음에 아이는 S 대학병원에서 치료해주기로 약속을 받아 입국하였다고 했다. 그러나 진찰 후, 수술이 쉽지 않고, 따라서 입원기간이 길 것이며, 치료비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기에 치료가 불가하다고 들은 딱한 처지였다.
그렇게 아이는 멀리 사막의 나라 이집트에서 나에게로 왔다.
이집트 사람들은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다. 그러한 곳에서 기독교 선교사님의 도움으로 환자가 한국으로 올 수 있다니……
이집트에는 마그디 야쿱(Sir Magdi Yacoub)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장 외과의사가 있다. 그는 이집트에서 태어나 의과 대학을 졸업한 후, 영국에서 수련을 받고 그 곳에서 경력을 이어갔으며, 성인과 소아 심장병을 망라한 모든 심장 분야 수술에서 커다란 업적을 많이 남겼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기에 Dr.라는 호칭이 아니고 Sir라고 불린다. 그는 자신의 고국 이집트와 주위 여러 나라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많은 환자들을 치료해주었고, 그러한 일을 위한 프로그램(Chain of Hope)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는 이 환아와 같은 대혈관 전위증의 수술에 있어서도 훌륭한 성적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 병에서 주요 관심 대상인 관상동맥의 패턴을 분류하고 수술 방침을 제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진단이 확정되는 데에도 곡절이 있었다. 이집트 초음파 소견은 아래와 같았고[사진1],
-대혈관 전위
-심실중격 결손, 다소 작은 좌심실
-심한 좌심실 유출로 협착, 폐동맥 판막 하부의 웃자란 근육과 승무판막 조직
이에 대하여, 세가지 수술의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었다.
(1) 동맥 치환술과 함께 심실중격 결손 봉합과 좌심실 유출로 협착 부위 제거.
(2) 세닝(Senning) 혹은 머스타드(Mustard) 술식과 함께 심실중격 결손 봉합과 좌심실 유출로 협착 부위 제거.
(3) 체-폐동맥 단락술.
그러나 국내에서 시행한 초음파 검사에서는 양대혈관 우심실 기시, 심실중격 결손, 게다가 아이젠멩거 증후군(Eisenmenger syndrome) 이라는 보고가 나온 것이다. 즉, 폐동맥 고혈압이 심해 수술을 할 수 없다는 실망스러운 보고였다.
여러 검사를 종합하여 검토한 결과[사진2~4] 처음 이집트에서의 진단이 더 합리적이며, 인공판막이나 도관을 사용하지 않고도 완전 교정술이 가능해 보였다: 삼첨판륜 18 mm(Z-score, -0.23), 승모판륜 15 mm(Z-score, -1.00), 폐동맥판륜 15 mm(Z-score, +1.37), 대동맥판륜 16 mm(Z-score, +4.23), 좌심실 유출로 협착 부위 6.5 mm(압력 차 65 mmHg).
대혈관 전위증은 심방과 심실의 연결은 정상이나, 심실과 대혈관 사이의 연결 관계가 뒤바뀐 선천성 심장 질환이다. (우심방->우심실->대동맥; 좌심방->좌심실->폐동맥).
이 환아가 가진 심장병 조합은 매우 드문 것으로서, 당시 그 수술법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저자는 이미 이 병에 대한 수술 성적과 견해를 해외 학회지에 게재한 상황이었다. 이집트 소아과 의사가 제시한 위의 수술 방법 세 가지에 더해, 몇 가지 다른 방법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대동맥과 폐동맥의 근위부를 통째로 바꿔주는 방법(Double root translocation), 일부를 바꿔주는 방법(Nikaidoh operation), 라스텔리(Rastelli) 술식 등.
수술은 예정대로 무사히 진행되었다. 즉, 심실중격을 봉합하고, 좌심실 유출로 근육을 제거하였으며, 불필요한 판막 조직도 제거한 후, 동맥 치환술을 시행하였다. 이후 아이는 부정맥 문제로 인공 심박동기를 삽입해주기는 했어도 순조로운 회복을 보였다.
한 달 후, 드디어 여러 마디의 고비를 넘어 다시 뜨거운 사막으로,
율법의 나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