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헬릭스미스와 크리스탈지노믹스 경영권 매각
1세대 바이오벤처인 헬릭스미스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주인이 바뀌었다. 이들 두 기업의 경영권 매각은 같은 듯 하지만 다르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이다.
주목을 받은 주력 파이프라인의 임상 및 상용화 실패는 비슷한 상황이지만, 헬릭스미스는 경영진의 모럴 헤저드와 M&A 전문기업으로 경영권 매각이 맞물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반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소유와 경영 분리 차원에서 디지털헬스케어라는 새로운 사업분야를 진출하기 위해 기업 경영권을 매각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국내 유전자 치료제 분야를 개척한 헬릭스미스는 기술특례 상장으로 2005년 코스닥에 진입해 한때(2019년) 시가총액 4조원을 넘긴 바이오벤처 1세대 기업이다. 주력 파이프라인인 엔젠시즈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족부궤양 등에 적용되는 ‘플라스미스 DNA 치료제’를 내세운 신약 후보 물질로 시장에서 임상3상 관문을 넘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것이라는 기대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유상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R&D 대신 고위험 사모펀드에 투자한 경영진의 모럴헤저드와 엔젠시스 임상 3상 실패 등으로 인해 소액주주들과 갈등을 빚어 왔다.
급기야 지난해 12월에는 김선영 대표가 회사를 M&A 전문기업인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며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매각 당시 헬릭스미스는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넘었고, 회사 사옥 평가액이 1200억, 현금보유액이 800억원에 달했다. 경영권 양도 금액이 350억원이었으나 이중 300억원을 헬릭스미스가 카나리아바이오엠의 자회사인 세종메디칼이 발행하는 30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내용이 계약 조건에 포함됐기 때문에 실제 헬릭스미스는 50억원이라는 헐값(?)에 회사를 매각한 것이다.
매각이후 김선영 대표는 회사에 재직하면서 R&D와 임상개발 및 기술이전 등 사업개발 전반을 지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액주주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대표이사에서 물러낫다.헬릭스미스는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불신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23일 현재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매각당시보다 더 떨어진 3548억원이다.
헬릭스미스와 같은 바이오 1세대인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최근 주인이 바뀌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000년 설립해 2006년 상장한 1세대 바이오벤처다. 국내 바이오벤처 최초로 자체 개발한 골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성분명 폴마콕시브)가 2015년 국내 신약 22호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셀렉스는 국내 매출은 기대에 못미쳤고 신약 파이프라인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19년부터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2일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유전체, 디지털 치료제 등을 도입해 헬스케어 전반에 걸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는 580억원으로 상환전환우선주 1500만 주, 보통주 464만7696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6월 2일 납입이 완료되면 지분율 19.81%로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는 인바이츠투자주식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인바이츠투자주식회사 지배구조 정점에는 인바이츠헬스케어가 있다. 인바이츠헬스케어는 2020년 3월 사모펀드(PEF) 뉴레이크얼라이언스와 SK텔레콤이 약 450억원씩 투자해 설립한 디지털 헬스케어업체다.
인바이츠헬스케어는 SK텔레콤, 서울대병원, 뉴레이크얼라이언스 등과 함께 인바이츠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합류하면 진단, 의료 빅데이터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에 신약개발 생태계까지 확장하게 된다. 크리스탈지노믹스 관계기업으로는 화일약품, 팬젠 등이 있다.
한편, 크리스탈지노믹스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였던 조중명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차원에서 지난 4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조중명 전 대표는 보유 지분 7.52%를 매각하지 않기로 했으며, 유상증자 후에는 지분이 약 5.9%로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