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보다 위험"…사망 위험 15% 높이는 지방은?
비만의 사망위험은 7.6%인 반면 근지방증의 사망위험은 15.5%
복부 장기 주변에 뱃살이 쌓이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교활한 형태여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한 지방이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방사선학(Radiology)》에 발표된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8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범인은 근육에 침투한 지방으로 인해 생기는 근지방증(myosteatosis)이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그룹에서 비만이 절대 사망위험을 7.6% 증가시키는 반면 근지방증은 절대 사망 위험을 15.5% 증가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방간 질환은 8.5%, 근육 소모는 9.7%로 나타났다.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연구 책임자인 위스콘신대 공중보건대의 위장관 영상학과장인 페리 픽하트 교수는 "(근지방 위험에 대한) 신호는 근지방만 없으면 건강한 그룹으로 분류될 사람들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비만 위험성의 생체지표로 간주되는 체지방(BMI)이나 지방간(내장지방)보다도 근지방이 더 위험인자로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논문을 검토한 루이지애나주립대 페닝턴 생의학연구센터의 스티븐 헤임스필드 교수(신진대사 및 체성분)는 근지방이 비만과 당뇨병 분야에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주제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각 근육 세포 내부에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소량의 건강한 지방이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문제가 되는 지방은 세포 외부와 근육 섬유 및 근육 다발 주위에 축적되는 과도한 지방이다.
그는 스테이크의 마블링을 떠올려보라며 “지난 10~20년 동안 마블링은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몇 ㎏의 근육 지방을 몸 전체에 분산시켜 가지고 있지만 근지방은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다리에 모일 가능성이 더 높다.
팍하트 교수 연구진은 2004년~2016년 대장암 검진을 위해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받은 약 9000명의 건강한 환자 그룹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면서 한 가지 통찰을 얻었다. CT 촬영을 통해 내장 지방과 근육량, 대동맥 칼슘, 간 지방, 골수밀도를 살펴볼 수 있는데 보통 한두 가지 수치만 살펴보고 나머지 수치는 버려진다는 것. 따라서 다른 잠재적 건강문제를 예측하는 가상 신체검사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연구진은 복부 CT 스캔에서 체성분 측정값을 추출해 각 개인의 복부 지방, 근지방, 간지방, 근육 소모량을 구체적으로 평가하는 인공지능 도구를 학습시켰다. 자동화된 소프트웨어는 프로세스를 간소화했다. 헤임스필드 교수는 “이전 방법으로는 이 작업을 수행하는 데 평생이 걸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평균 9년 동안 참가자를 추적하여 이러한 측정이 주요 건강 문제 또는 조기 사망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근지방이 가장 높은 사망위험요소로 나타났다. 비만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각 개인의 BMI를 고려한 후에도 이러한 연관성은 유지됐다.
픽하트 교수는 “BMI는 실제로 매우 열악한 예측 인자”라고 말했다. BMI상으로는 뚱뚱해도 근지방이 낮으면 상대적으로 건강한 경우가 있고 BMI상으로 날씬해 보이지만 근지방이 높을 경우 사망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연구로 근육 지방과 사망 위험 사이의 명확한 인과 관계를 도출할 수는 없다고 뉴욕대(NYU) 의대의 안젤라 통 교수(방사선과)는 지적했다. 이 연구와 함께 발표된 사설을 공동 집필한 통 박사는 근지방이 축적되는 것은 다른 건강 문제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근지방은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건강상의 다른 문제로 인해 활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면서 “심장 문제나 당뇨병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pubs.rsna.org/doi/10.1148/radiol.222008)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