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까지 전달하는 ‘전자 피부’ 첫걸음
감각 정보를 뇌와 근육에 전달할 수 있는 인공피부의 개념 증명 성공
손가락, 발가락 또는 팔다리를 찌르거나 화상을 입었을 때 움직이게 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을 모방할 수 있는 전자 피부(e피부)가 개발됐다. 이 기술은 착용자에게 촉감을 제공하는 의수용 커버를 개발하거나 피부가 손상된 사람들의 감각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18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발표된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e피부는 스탠퍼드대 저난 바오 교수(화공학)의 실험실에서 개발됐다. 바오 교수 연구진은 오랫동안 부드럽고 유연한 보철 피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착용자가 압력, 긴장 또는 온도변화까지 느낄 수 있게 뇌에 전기 신호를 전달할 수 있게 했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e피부를 누르거나 꼬집었을 때 쥐의 뇌에 있는 운동 피질에 신호를 전달해 쥐의 다리가 반응하도록 한 얇고 유연한 센서가 장착됐다고 한다. 바오 교수는 “현재의 e피부는 우리가 꿈꿔왔던 모든 속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한 피부는 기계적 수용체가 정보를 감지하고 이를 전기 펄스로 변환해 신경계를 거쳐 뇌로 전달한다. 이를 재현하기 위해 e피부는 단단한 반도체로 만들어진 센서와 집적 회로로 구성된다.
유연한 전자 시스템은 지금도 이미 사용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고전압에서만 작동하기에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는 안전하지 않다. 그래서 완전히 부드러운 e피부를 만들기 위해 연구진은 신호의 강도와 디바이스 작동에 필요한 전압을 결정하는 반도체 디바이스의 얇은 층인 유전체로 사용할 유연한 폴리머를 개발했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이 유전체로 신축성 있고 유연한 트랜지스터 어레이를 만들어 피부처럼 얇고 부드러운 센서와 결합시켰다.
바오 교수는 “우리는 딱딱한 재료를 부드러운 재료로 바꾸면서도 높은 전기적 성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센서는 압력이나 온도 변화와 같은 물리적 변화를 전기 펄스로 전환할 수 있다. 연구진은 또한 시냅스라고 하는 신경계의 연결을 모방해 신경에서 근육으로 전기 신호를 전송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이 시스템을 시험해봤다. 전선을 통해 e피부를 신체감각을 처리하는 뇌 안의 체감각 피질에 연결했다. e피부와 접촉이 발생하면 뇌에 전기 신호가 전송되고, 이 신호는 인공 시냅스를 통해 동물 다리의 좌골 신경으로 전달돼 다리가 경련을 일으켰다.
e피부는 큰 부상을 입었거나 감각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유용할 수 있다. 바오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덜 침습적인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는 “우리는 팔다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뇌에 이식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며 “말초 신경계에 임플란트를 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e피부는 아직 외부 전원에 유선으로 연결해야 하지만 바오 교수는 궁극적으로 무선 작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손의 모든 손가락을 덮고 터치, 온도, 압력에 반응하는 피부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알레한드로 카르니서-롬바르테 박사후 연구원(생체전자학)은 바오 교수팀의 폐쇄 루프 시스템이 아직은 개념 증명 단계에 불과하지만 감각에서 근육 움직임까지 개별 구성요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e스킨에 또 다른 기존 기술을 접목할 경우 엄지와 새끼손가락이 서로 다른 사물 감지가 가능해질 잠재력도 엿보인다면서 향후 이 기술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e0086)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