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노인에겐 이런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다양한 장내 바이러스, 세균의 ‘황산염’ 분해능력 높이고...유전자도 암호화 ‘철벽 방어’

세상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100세 생일을 맞는 장수 노인의 장에는 다양한 '비장의 바이러스'가 있었다. 이들 바이러스는 심지어 중요한 대사의 주요 단계를 돕는 유전자도 암호화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0세 장수 노인의 장에는 각종 감염병에 걸리지 않게 보호해주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장내 바이러스는 세균의 황산염을 분해하는 능력을 높여 밖에서 침입한 세균과 싸워 물리칠 수 있는 전투력을 향상시킨다.

미국 MIT·하버드 브로드연구소(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 등 공동 연구팀은 일본과 이탈리아 장수촌(세르데냐)의 100세 이상 노인 195명의 바이러스 게놈을 분석한 결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바이러스가 이들의 장 속에 살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장내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사이의 상호작용이 노화 관련 병의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장내 미생물과 바이러스의 생태계가 사람의 일생 동안 어떻게 진화했는지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연구의 선임 저자인 람닉 자비에르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100세 장수 노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데 도움을 주는 생물학적 경로 중 일부를 밝혀낸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딥 러닝(Deep Learning) 기반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대변 등 검체에 존재하는 DNA 또는 메타게놈에서 바이러스 정보를 뽑아냈다. 특히 100세 노인의 장내 세균이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독특한 담즙산을 생성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박테리오파지(박테리아를 숙주세포로 하는 바이러스)가 생쥐의 인지 기능과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생쥐실험에서 알아냈다.

연구팀은 18세 이상 청년, 60세 이상 노인, 100세 이상 노인의 바이러스를 비교하는 작업도 벌였다. 그 결과 100세 노인의 장 속에서 용해성 수명 주기에 있는 많은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가 감염된 박테리아를 터뜨리고 죽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성인보다는 유아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연구팀은 특히 100세 노인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의 25% 이상은 황산염 대사의 주요 단계를 돕는 유전자를 암호화했음을 알아냈다. 그 덕분에 몸은 박테리아와 독소를 막으면서 매우 선택적으로 결합된 세포 집합체(점막 장벽)의 무결성을 유지해 장에서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는 일본 게이오대 의대, 덴마크 코펜하겐대도 참가했다.

이 연구 결과(Centenarians have a diverse gut virome with the potential to modulate metabolism and promote healthy lifespan)는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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