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둥병’으로 불린 감염병, 아직 존재할까?
한센병, 감염력 매우 낮아...적절한 치료 시 완치 가능
한센병은 나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만성 전염성 질환이다. 노르웨이 의사 한센이 나균을 처음 발견해 한센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과거에는 ‘문둥병’으로 불렸으나, 울퉁불퉁한 피부를 표현한 이 같은 명칭이 인격 모독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한센병으로 불리고 있다. 국내에서 법정감염병 2급으로 분류된 감염병이다.
한센병에 걸리면 나균이 피부, 말초신경계, 상기도 점막으로 침범해 조직 변형이 발생한다. 2~5년의 잠복기를 거쳐 피부 등에 병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감염병이지만 나균의 감염력은 매우 낮은 편이다. 악수 등 가벼운 접촉은 물론, 성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와 장기간 밀접 접촉이 있을 때 호흡기 또는 상처 부위를 통해 전파된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다.
한센병을 치료하지 않고 두면 신경계 합병증이 발생해 촉각, 통각, 온도 감각 등이 사라진다. 감각을 못 느끼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외상을 입고 이로 인해 이차 감염이 발생해 신체 일부가 떨어져나가거나 실명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치료제가 없던 과거에는 손가락, 발가락, 코 등을 잃는 고통이 큰 질병이었지만, 지금은 초기에 항생제 사용 등으로 적절히 치료해 나균을 소멸하고 완치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환자도 크게 줄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인구 1만 명당 1명 이하로 환자가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매년 한 자릿수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감염병은 아니다.
하지만 매년 10명 미만의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단 및 치료 역량을 유지해야 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낮은 만큼 환자가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진단이 지연될 수 있으니, 한센병 환자와 장기간 접촉했다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면 병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국내는 퇴치 수준으로 유병률이 낮으니, 과도한 겁을 먹을 필요는 없겠다.
한편, 오늘(16일)은 ‘제20회 한센인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하다가 4년 만에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행사가 개최됐다. 소록도병원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코로나 기간 휴관했던 소록도 한센병 박물관도 임시 개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