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로 한쪽 눈 2시간 가렸더니…몸에 어떤 변화?
시력, 청력 모두 좋아지는 놀라운 효과 나타나
한 쪽 눈을 안대로 약 2시간 동안 가리면 시력뿐만 아니라 청력도 향상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IMT루카고등연구소(IMT School for Advanced Studies Lucca)와 독일 울름대 공동 연구팀은 참가자 20명의 눈을 약 두 시간 동안 안대로 가리고 특정 소리가 날 때 간단한 빛의 섬광을 보고 횟수를 세도록 요청했다. 실험 동안 뇌의 활동은 뇌파도(Electroencephalogram, EEG)에 밀리초(1천분의 1초) 단위로 정확히 기록됐다.
연구 결과 안대를 벗긴 뒤 뇌의 신경 활동이 시각 및 청각의 입력 정보에 반응해 눈에 띄게 바뀌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각과 청각이 모두 안대를 가리기 전보다 훨씬 더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제1저자인 알레산드라 페데리코 박사(인지신경과학)는 “한 쪽 눈을 짧은 기간 가려도 뇌가소리에 반응해 청각 처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고 말했다. 안대를 벗긴 뒤 뇌는 마치 입력 정보가 부족해 신경 흥분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가렸던 눈이 제공하는 새로운 시각 정보에 더 민감해졌다. 시각과 청각은 엄격한 상호 의존성을 보이며 시각의 변화는 청각에도 영향을 미쳐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다.
뇌는 다양한 감각 경험에 적응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감각의 부족을 ‘보상’하는 중요한 능력을 갖고 있다. 종전 연구 결과를 보면 몇 시간 동안 한쪽 눈을 가리는 것처럼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시력이 떨어지면 뇌는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일시적으로 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이런 효과가 시각을 넘어 청각 등 다른 감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뇌는 청각 입력 정보에도 더 민감해졌지만 가리지 않은 다른 눈으로 환경을 모니터링할 때는 매우 선택적으로 반응했다. 실명, 난청 등으로 오랜 기간 감각을 잃은 뒤 발생하는 감각의 가소성(뇌가 환경과 경험에 의해 변하는 현상)은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입증했다. 이번 연구에선 감각의 높은 가소성과 상호 의존성, 감각 경험이 뇌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약시 등 장애 및 질병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의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 결과(Crossmodal plasticity following short-term monocular deprivation)는 국제학술지 《신경영상(NeuroImag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