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암 환자, '먹는 즐거움' 되찾을 방법 찾는다
삼성서울병원·삼성웰스토리, 식도암 환자 맞춤식 개발... 2025년 보급
암 투병 환자의 '먹는 문제'는 중요한 치료과정이다.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된다고 먹는 데 소홀하면 체력이 무너지지만, 먹고 싶은 음식을 무턱대고 먹는 것은 치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음식이 넘어가는 식도를 절제하고 다른 장기로 대체한 식도암 환자는 끼니마다 고통이 크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식도암 수술을 받은 A 씨(65세, 남)는 여전히 고민이 많다. 수술은 잘됐지만, 식도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먹는 즐거움'이 사라졌다.
식도암은 식사에서 가장 극단적 문제를 만들어내는 암이다. 식도암 수술은 위장관 구조에 영구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소화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암이 발생한 식도를 제거할 경우, 그 자리를 위나 대장, 소장 등의 다른 장기로 재건하기 때문이다.
이들 장기로 식도를 대체한다고 해도 기존의 식도와 같은 정도의 연동 운동(근육이 수축·이완하며 꿈틀꿈틀 움직여 음식물을 아래로 밀어내는 소화기관의 작용)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고 섭취한 음식을 담고 있을 공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식도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죽부터 시작해 하루 여러 차례에 걸쳐 음식 조금씩 나눠서 천천히 먹도록 안내받는다. 그렇지만, 대체 장기의 기능 부족으로 식사를 한 이후 역류 증상을 겪거나 답답함, 호흡곤란을 호소할 때가 잦다. 이를 해소할 뾰족한 수도 없어 음식물 섭취가 어려울 땐 식사를 잠시 멈추고 기다려야 할 뿐 이다.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원 융합의학과 조주희 교수(임상역학연구센터장 겸 암교육센터장)는 "이 때문에 식도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수술 후 10% 이상의 체중감소를 겪는다"면서 "충분한 영양 섭취가 부족하면 회복이 더딜 뿐 아니라 (대체) 장기의 생존율을 낮추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암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 분야의 대표적인 권위자다.
이러한 환자들의 고통을 반영해 삼성서울병원은 조주희 교수를 중심으로 '식도암 생존자의 영양 중재 프로그램(케어푸드 식단)' 연구를 진행한다. 삼성웰스토리의 연구개발 전문조직인 R&D센터와 함께 식도암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소화가 잘 되는 '맞춤식'을 개발할 예정이다. 일반식과 비교해 맛과 영양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개발해 2025년 말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이번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추후 다른 암종 환자들의 식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조 교수는 "식도암 생존자들이 흔히 겪는 문제들이라 의료진은 지나치기 쉽고, 일반인들은 숨쉬듯 당연한 일이라 심각성을 알기 어렵다"며 "환자들에게는 죽고 사는 일만큼 급박하고 중요한 문제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번 과제를 반드시 성공시켜 식도암 생존자들이 편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은 김홍관 폐식도암센터장(폐식도외과 교수)을 중심으로 '식도암 생존자의 미충족 요구(unmet needs) 발굴 및 삶의 질 증진을 위한 임상시험 준비 코호트 구축' 연구도 2027년 말까지 진행한다.
식도암 환자의 진단 당시부터 장기 생존까지 이르는 삶의 질 변화와 생존기별 미충족 요구를 파악해 적절한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조 교수의 식도암 환자 맞춤식 개발 연구와도 연계해 서로 시너지(상승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식도암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5년 상대 생존율이 30%에 불과했지만, 최근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2020년도 암등록통계에선 42%로 증가했다. 식도암 환자의 3분의 1이 조기에 발견하고 1기 환자가 80%에 달하기 때문에 식도암 환자에 대한 장기 관리 치료는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암센터 식도암팀은 국내에서 식도암 치료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엔 국내 최초로 식도암 수술 4000건을 달성했으며 국내 식도암 수술 환자 3명 중 1명(연간 200~240건)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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