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차정숙' 논란…크론병은 정말 '못된 유전병'일까?
생활환경, 장내 세균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돼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6일 방송된 닥터 차정숙 7회에서는 결혼을 앞둔 크론병 환자가 예비 장인과 장모로부터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을 할 수 있나. 내 딸 인생을 망쳐도 분수가 있지”라며 “이 병도 유전이 된다면서. 이 결혼 포기해줘”라고 말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해당 장면이 방송된 후 일부 시청자와 크론병 환자들은 제작진이 ‘못된 병’, ‘유전된다’ 등의 표현을 써 크론병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방송통신심의 위원회와 JTBC 시청자 게시판에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제작진은 ‘닥터 차정숙’ 공식 홈페이지에 “의학 전문지식이 없는 등장인물이 환자를 몰아세울 의도로 발언한 대사가 특정 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고 사과문을 게재하며 잘못을 인정했다.
한편,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처럼 크론병은 정말 유전되는 것일까? 크론병은 일부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환자에서 발병 가능성이 높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조금 더 발생하기 쉽다는 보고도 있지만 단정적인 것은 아니다.
유전적 이상으로 크론병이 나타난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며 유전적인 소인도 발병 원인에 포함되긴 하지만 그 확률이 매우 낮다. 비정상적인 면역계 반응, 생활환경, 장내 세균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크론병이 있더라도 본인의 병이 자식에게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을 지나치게 할 필요는 없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염증과 궤양이 나타나는 희귀난치성 질환이다. 복통, 설사, 체중감소, 항문 통증 등이 주요 증상이며, 증상 악화와 재발이 반복된다. 장에 생긴 염증으로 인한 증상 외에도 관절, 눈, 피부, 간, 담관, 신장 등 전신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크론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치료를 서두를수록 약물치료를 통한 개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병이 오래될수록 섬유화, 협착 등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약물치료를 하더라도 개선되지 않고, 결국 장 절제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다.
발생 원인이 다양한 크론병은 특별한 예방법도 없다. 다만 소화기관과 관련된 병인 만큼 식습관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정제당류, 지방산, 인공감미료가 많은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이고,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다. 장을 자극하는 술이나 커피는 피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