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자들.. 초산 자연분만으로 '네 쌍둥이 '낳다
네 쌍둥이, 2개월 일찍 태어나... 딸 셋 아들 한 명
“잘 자라거라. 애국자 집안이다.”
국내에서 초산 자연분만으로는 처음으로 네 쌍둥이(딸 3, 아들 1)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축하의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이 ‘애국’을 강조한 것이다. 저출산 문제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상황에서 네 쌍둥이를 낳은 것은 진정한 나라 사랑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30대 후반의 맞벌이 회사원 부부가 ‘애국 대열’의 선두에 나섰다. 남편 송리원(39)-아내 차지혜(37)씨가 그 주인공. 남편은 SK온과 미국 포드가 공동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BOSK)에서 PM(프로페셔널 매니저)으로 근무 중이고, 아내는 국내 대기업에 재직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출산 예정일(5월 10일)보다 2개월 일찍 33주 만인 3월 16일 네 쌍둥이를 얻었다. 쌍둥이 중 체중 0.9㎏으로 가장 작게 태어났던 첫째는 2개월간 입원했다가 지난주 건강하게 퇴원해 넷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부부는 네 쌍둥이의 이름도 직접 지었다. 일란성 딸 쌍둥이인 첫째는 리지, 둘째 록시, 이란성 쌍둥이로 아들인 셋째는 비전, 막내딸 설록이다. 2020년 9월 결혼한 부부는 지난해 6월 난임 병원을 찾아 임신을 준비한 끝에 일주일 간격으로 네 쌍둥이 임신을 알았다. 첫 검진에서 쌍둥이, 일주일 뒤에 세 쌍둥이, 그리고 그 다음 주 검진에서 네 쌍둥이로 최종 판정됐다.
남편은 “현 직장의 여러 복지제도에 따른 의료비 지원과 자유로운 휴가제도, 유연근무제 등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아내도 “아이들을 큰 걱정 없이 잘 키울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회사는 출산 기념 선물로 육아도우미를 지원하기로 했다.
◆ 매년 40조 넘는 저출산 예산... ‘아이 낳고 싶은’ 부부부터 지원해야
‘합계출산율 OECD 꼴찌’, ‘인구 감소’, ‘아기가 없는 동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하는 말들이다. 매년 막대한 저출산 대책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출산 상황은 오히려 뒷걸음질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1.61)에 크게 못 미쳐 매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아이를 안 낳고, 아이를 낳더라도 가장 늦게 첫째 아이를 가지는 나라다. 막대한 저출산 예산에도 왜 실제 출산은 역주행을 거듭할까? 국회 예산정책처는 “저출산 대책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들이 저출산 대책과 예산에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 스포츠팀을 지원하거나, 돌봄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는 사업도 저출산 대응 예산에 포함되는 식이다.
현장에선 “아이를 꼭 낳고 싶어 하는” 부부들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결혼을 늦게 하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 부부들이 늘 수밖에 없다. 이들은 정부의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인공수정, 시험관)의 난임 지원 ‘횟수 제한’과 ‘선정기준’에 힘들어 한다.
네 쌍둥이 부부의 말처럼 요즘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점을 감안해 직장의 자유로운 휴가제도, 유연근무제 등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큰 걱정 없이 잘 키울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중요하다. 매년 40조가 넘는 저출산 예산 중 일부만 지원해도 난임 부부들의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