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너무 불행한 것 같아요”

[윤희경의 마음건강]

희생은 사랑과 같은 말은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선생님 저는 그 사람을 정말 너무 사랑해요. 그래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은 다 하려고 노력했고 그 사람이 싫다는 것은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뭐가 잘못인가요? 그런데 그 사람은 저를 너무 쉽게 보는 것 같아요. 제가 얼마나 더 희생해야 하는 건가요. 자식들도 남부럽지 않게 기르려고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손가락질 받지 않을 정도는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너무 희생만 하고 살아 불쌍해요. 제가 너무 불행한 것 같아요.”

무엇이 이분을 이렇게 불행하게 만들었을까? 남편이? 자식이? 먼저 질문을 던져 본다. 그들이 당신의 희생을 원했나? 그들은 왜 이렇게 오랜 기간 희생을 고맙다고 느끼지 않을까?

“이것저것 원하는 게 많은 것이 희생을 원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혼자서 집안일을 하는 게 힘들어도 혼자 해내면서 남편에게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남편도 밖에서 일하느라 힘들잖아요. 그래서 힘들어도 혼자 참고 했지요. 집안일이나 아이들 기르는 일도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했어요. 최선을 다한 거죠. 다른 친구들을 보면 아이들도 순하고 남편도 잘 도와주며 순탄하게 사는데 우리 집은 나 힘든 것을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으니 세상에서 불쌍한 사람이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누군가 이런 사연으로 여러분에게 고민을 말하고 도움을 청한다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사는 게 다 그러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위로를 건네야 하는 걸까?

사랑을 주기만 해서 너무 힘들다는 이분에게 다시 한번 질문을 해보았다.

“남편을 정말 사랑하시나요?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위 사례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그저 베푸는 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도 틀린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랑이라는 행위의 일부일 뿐이다. 사람의 생각에 따라 사랑의 개념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번 상담자는 희생이 곧 사랑이라는 공식을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이것은 그저 희생이지 사랑이 아닐 수 있다.

사랑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물론 형태는 각각일 수 있지만, 빠지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와의 소통, 교감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살피고 일방적으로 해주는 관계가 아니라, 상대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게 필수적이다. 소통이 없는 일방적인 베풀기가 사랑이 아닌 집착이나 억압으로 변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게다가 가족 간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기는 더 힘들다.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가족이 각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을 사랑이 생기는 조건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아버지가 너희를 위해 돈을 벌어오니 아버지에게 잘해 드려라.”라는 말을 하는 어머니들도 많다. 이는 얼핏 들으면 맞는 말로 들리지만, 다시 말하면 돈을 벌어오지 못하는 아버지는 가족 안에서 아버지로서 대접을 못 받는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위의 사례에서 자신이 엄마로서 아내로서 최선을 다하고 살았으니 가족이 나의 희생을 알아줬으면 하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당연히 드는 마음이다. 가족들이 그의 희생을 알아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종종 소통 없는 일방적인 희생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는 단순히 역할을 하고 대가를 받는 그런 인간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존재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흔치 않은 관계다. 과거와 현재 수많은 이들이 가정이 가장 소중한 공동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가족 내에서는 서로의 역할을 다하는 것도 소중하지만, 소통하려는 노력이 우선이 돼야 한다. 나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노력이 있을 때야 가족 간의 진정한 유대가 생긴다. 가족 내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해도 충분한 사랑을 주는 부모가 있는 반면, 객관적으로 어느 것 하나 모자람 없이 해주었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사랑 받는다는 느낌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부모도 많다.

가족들이 내가 한 일을 알아줘야 존재의 이유가 생긴다면 건강한 가족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에서 출발한 행동이 상대에게 독이 되고 병이 되는 것이 아니려면 자신이 행동의 주체자가 되면 된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행동하고 사랑할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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