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내 태아 뇌 수술, 최초로 성공"

34주차 태아의 선천적 뇌혈관 기형 바로잡는 수술

초음파 유도법을 사용해 34주 된 태아의 뇌혈관 기형의 하나인 갈레노스정맥기형(VOGM)을 바로잡는 수술에 성공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 대한 뇌수술이 최초로 성공했다. 《뇌졸중(Stroke)》에 발표된 미국 보스턴 아동병원과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WebMD)가 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초음파 유도법을 사용해 34주 된 태아의 뇌혈관 기형의 하나인 갈레노스정맥기형(VOGM)을 바로잡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 여자아이는 출생 후 심부전 치료를 위한 약물치료나 추가 수술이 필요 없었다. 반복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 결과 심장 기능이 현저히 개선됐으며, 뇌 MRI 검사에서도 아무런 손상도 없고 신경학적 검사도 정상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제1저자인 보스턴아동병원의 대런 B 오르바흐 박사(방사선학)는 “6주가 지난 현재 아기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식사하고 체중이 증가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등 놀랍도록 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출생 후 나타나는 공격적인 쇠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격했다”면서 “아기와 앞으로 같은 수술을 받게 될 다른 아기들도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갈레노스정맥은 대뇌에 위치한 대정맥을 말한다. 이를 발견한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레노스의 이름을 딴 것으로 대(大)대뇌정맥이라고도 부른다. VOGM은 동맥의 피가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갈레노스 정맥으로 흘러가는 선천적 기형을 말한다.

출생아 6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VOGM이 있을 경우 뇌의 혈류가 크게 증가해 심장에 부하를 가져와 심부전, 뇌 손상, 출생 직후 사망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출생 직후 심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오르바흐 박사는 “해부학적으로는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임상적인 증상은 심장 문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혈액을 기형 부위로 보낸 다음 즉시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야 하기에 심장이 정상보다 2배의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뇌 손상도 흔한 증상의 하나다. “혈액이 뇌 조직을 통해 순환하는 것이 아니라 기형의 갈레노스정맥으로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오르바흐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VOGM을 갖고 태어난 아기들은 전문가의 치료를 받지 못할 겨우 사망률이 최대 90%나 된다”면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사망률이 30~40%에 이르며 생존하더라도 신경 및 인지 장애의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의 치료법은 아기가 태어나면 사타구니에 가는 도관(카테터)를 삽입한 뒤 뇌로 이동시킨 특수접착제로 기형 정맥에 피가 흐르지 않게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아기는 심부전과 뇌손상이 너무 심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수술조차 시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증세가 심한 아기들을 위해 엄마 뱃속에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도한 것이 성공한 것이다.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 대한 수술은 일상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뇌혈관계를 목표로 한 자궁 내 수술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수술 절차를 모델링하기 위해 가상 태아의 두개골과 VOGM을 지닌 뇌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ahajournals.org/doi/10.1161/STROKEAHA.123.043421)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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