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타치온보다 효과적인 기미 관리 영양소는?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여름이다. 올여름, 장기간 폭우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물놀이와 휴가를 생각하면 벌써 들뜬다. 그런데 걱정되는 것도 있다. 바로 햇빛 노출 후 늘어나는 기미다. 기미는 멜라닌 색소의 생성 주기상 과도한 햇빛 노출 후 2주쯤부터 갑자기 눈에 띈다. 불현듯 거울에서 거뭇거뭇한 기미를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지고 괜히 우울해진다. 여름철 기미가 걱정된다면 지금부터 관리해야 한다. 본격 여름을 앞두고 비싼 글루타치온 보다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기미 관리 영양소에 대해 알아본다.
기미 관리 영양소는 멜라닌 색소 생성 과정에 영향을 주는 것
기미는 멜라닌 색소가 과하게 침착되는 피부질환이다. 멜라닌 색소는 피부의 기저층에 존재하는 멜라닌 세포에서 ‘티로신’을 기질로 활용해 효소 ‘티로시나제’의 작용으로 생성된다. 정상 상태라면, 기저층에서 생성된 멜라닌 색소는 약 28일을 주기로 모발이나 피부 각질층에 도달한 후 각질과 함께 탈락된다. 그런데 멜라닌 색소가 너무 많이 생성되거나 상처나 염증 등으로 각질층 탈락에 이상이 생기면 색소 침착으로 기미가 생긴다. 멜라닌 색소는 자외선 자극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막기 위해 생성되는 물질이다. 그래서 햇빛 노출 후 급격히 증가하는 특징이 있고, 햇빛 노출이 줄어드는 겨울에는 여름보다 기미가 옅어진다.
기미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주지만 주요 원인은 여성호르몬과 과도한 자외선 자극이다. 임신기간 또는 자궁근종 등 여성질환에 의한 여성호르몬 분비 변화는 멜라닌 세포의 멜라닌 색소 생성을 자극한다. 피임이나 여드름 치료 목적으로 경구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여성도 이런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햇빛 노출은 자외선 자극으로 인한 산화적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멜라닌 세포의 멜라닌 색소 생성을 자극한다. 기미 관리 영양소는 이러한 멜라닌 색소 생성 과정에 영향을 주어 과도한 멜라닌 색소 생성을 억제한다.
명확한 기미 관리 효능·효과가 표시되지 않은 ‘글루타치온’
글루타치온(글루타티온)을 비롯한 항산화 물질은 자외선 자극에 의한 산화적스트레스를 줄여줌으로써 기미 관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타민C를 제외한 항산화 물질은 단독제로서 정확히 얼마의 용량을 먹었을 때 기미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불명확하다. 피부 미백 목적으로 많이 찾는 글루타치온 또한 기미를 완화하는 용량 및 섭취 기간에 대한 근거는 약하다. 우연히 고용량 글루타치온을 주사했을 때 부작용으로 피부가 하얗게 변한 것을 계기로 미백 주사 성분으로 주목받았지만, 과학적 근거로 보자면 글루타치온을 미백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가격 대비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글루타치온은 우리 몸에서 ‘글루탐산, 글리신, 시스테인’ 세 개의 아미노산을 활용해 합성되고, 무엇보다 글루타치온은 기미 완화 효능이 표시되지 않는다. 현재 의약품으로 활용되는 글루타치온의 효능·효과를 보면, 경구제는 ‘약물중독’, 주사제는 ‘시스플라틴(항암제) 또는 유사계열 화학요법에 의한 신경성질환의 예방’만 표시된다. 전반적으로 해독 효과만 인정되고, 색소 침착 완화효과는 아직은 의약품 효능·효과로 표시될 만큼 과학적 근거가 탄탄하지 않다는 뜻이다. 반면, 비타민C는 의약품 영양제에 효능·효과로 ‘햇빛, 피부병 등에 의한 색소 침착(기미, 주근깨)의 완화’가 명확히 표시된다. 참고로 건강기능식품 비타민C는 비타민&미네랄과 관련한 특정 질환명을 광고할 수 없어 이런 내용이 표시되지 않는다.
기미 완화에 효과적인 비타민C, 그리고 L-시스테인 등 복합 기미 관리 영양소
비타민C는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 티로시나제의 작용을 방해해 기미 완화에 도움을 준다. 글루타치온 또한 이 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타민C만큼 강력하고 효과가 지속되는지는 불확실하다. 비타민C 단독으로 기미를 관리하려면 하루에 최소 500mg 이상 먹어야 한다. 비타민C 외에 L-시스테인, 비타민B5, 비타민B6도 기미관리 영양제 성분으로 활용된다. 이렇게 복합제 형태로 활용될 때는 비타민C의 함량을 낮추기도 한다.
L-시스테인은 멜라닌 색소가 생성될 때 어두운색을 띠는 ‘뮤멜라닌’ 보다 밝은색을 띠는 ‘페오멜라닌’ 생성을 자극함으로써 기미를 완화한다. L-시스테인은 글루타치온의 구성성분이므로, 글루타치온 또한 페오멜라닌 생성을 자극해 일시적인 미백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게 글루타치온의 핵심 기전이라면, L-시스테인을 먹는 게 비용은 낮고 효과는 더 확실하다. 비타민B5와 B6는 지질 대사를 정상화해 피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조합의 제품은 ‘트라넥삼산’ 이라는 의약품 성분이 추가된 건 약국에서만 살 수 있고, 비타민C와 L-시스테인 등으로 조합된 것은 ‘의약외품’ 형태로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은 모두 효능효과에 ‘기미’가 명확히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기미 관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과도한 햇빛 노출을 줄이는 것이므로, 선크림도 꼼꼼하게 발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