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문턱에서 왜 기이한 현상 겪을까?
사망 전 측두엽-두정엽-후두엽 접합부(TPO)의 감마파 급증 관측돼
죽음을 앞두고 밝은 빛을 보거나, 유체이탈을 겪거나, 주마등처럼 일생이 지나가거나, 헤어졌던 연인과 대화하는 임사체험이 죽기 직전 뇌파 급상승의 결과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된 미국 미시건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중환자실에 혼수상태로 누워있던 4명이 심장마비로 숨지기 직전의 뇌파를 측정했다. 가족의 동의를 받아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자 4명의 환자 중 2명은 뇌파 중에서 가장 빠른 감마파의 활동이 급증하며 심박수가 증가했다.
감마파의 급증은 뇌 뒤쪽의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을 연결하는 접합부인 소위 의식의 ‘핫 존’에서 발생했다. 이전의 뇌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측두엽-두정엽-후두엽 접합부(TPO)는 꿈, 뇌전증 발작 중 시각적 환각, 의식 상태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인 미시건대 의대 지모 보르지긴 교수(신경학 및 통합생리학)는 “측두엽과 두정엽 접합부위를 자극하면 유체이탈 경험을 일으킬 수 있으며, TPO의 다른 부분은 청각 지각과 시각 의식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놀라운 점은 이러한 반응을 보인 두 환자는 인공호흡기 제거에 적절한 교감신경 반응을 보인 반면, 다른 두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했을 때 심박수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뇌파 급증을 보인 2명의 환자는 인공호흡기가 제거되자 심장이 뛰고 폐가 헐떡이는 반응을 보였다.
보르지긴 교수는 이를 임종순간의 교감신경계의 투쟁-도피 반응의 일환이라고 봤다. 투쟁-도피 반응은 뇌의 경보 시스템을 촉발할 수 있으며, 그러면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의식 처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들은 숨을 쉬지 않고 움직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그들의 뇌는 불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감마파 급증을 보인 두 명의 임종 환자는 이전에 발작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전의 경험이 임종 시 뇌가 이러한 반응을 겪을 수 있도록 준비했을 수 있다고 보르지긴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심장 마비로 사망한 실험용 쥐의 뇌를 관찰한 수년간의 동물 연구를 바탕으로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보르지긴 교수는 “인간의 뇌는 동물의 뇌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면서 “우리는 의식의 신경 신호와 상관관계가 있는 뇌 활동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왜 매우 밝은 빛이 보이는지, 왜 무언가가 실제보다 더 현실적인지, 왜 누군가가 유체이탈 경험을 할 수 있는지, 왜 누군가가 친척을 봤다고 믿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기억 저장소를 파헤쳐 인생의 사건을 끌어낸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에는 한 가지 심각한 단점이 있다. 뇌 활동의 급증을 경험한 환자가 자신이 경험한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보르지긴 교수는 언젠가 심장마비로 사망 직전까지 살아난 사람의 뇌파 판독값이 수집돼 연구원들이 그들이 보고 느낀 것을 물어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가 임사체험에 대한 병적인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동시에 심정지와 뇌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pnas.org/doi/10.1073/pnas.2216268120)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