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미생물 구성, 시시각각 변한다"
장내 박테리아 60%, 24시간 주기로 변하고 계절적 변동은 더 커
우리 몸의 세포 중 절반은 인간 세포가 아니다. 약 40조개의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로 이뤄진 미생물군집이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불리는 이 미생물군집의 구성이 시간, 요일, 계절마다 바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6일~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릴 소화기병주간(DDW)에 발표될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캠퍼스(UCSD) 연구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미국 장 프로젝트(American Gut Project)’의 일환으로 수집한 약 2만 개의 대변 샘플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각 샘플의 날짜, 특정시간, 위치에서 장내 미생물 군집의 구성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박테리아 그룹의 거의 60%가 24시간 주기로 뚜렷이 변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책임자인 UCSD의 아미르 자린파르 교수(위장병학)는 “이러한 일일 변동에 기여하는 요인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식단과 수면이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아침 식사 직후와 수면 중 장내 환경이 영양분과 수분의 가용성 및 pH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특정 유형의 박테리아가 1년 동안 두 가지 뚜렷한 패턴 중 하나를 따르는 계절적 변동이 훨씬 더 뚜렷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장내 유해세균인 프로테오박테리아는 겨울 동안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여름에 정점에 달할 때까지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
자린파르 교수는 “저희를 정말 놀라게 한 것은 계절에 따른 변화였다”면서 “계절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기록되었지만,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실제로 보고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의 계절적 변동은 위치, 기후, 꽃가루, 습도 및 다른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이뤄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이러한 발견은 인간이 특정 계절에 감기와 독감에 더 취약한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자란파르 교수는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우리는 항상 특정 환자가 다른 환자보다 특정 약물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면서 시시각각 변동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약물이 대사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임상시험을 수행할 때, 특히 다년간에 걸친 광범위한 연구인 경우 약물에 대한 반응에 계절적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환자의 반응이 백신을 접종한 시간에 따라 다른데 이 역시 마이크로바이옴의 시간대별 변화와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프로바이오틱스와 그 잠재적 이점에 대한 연구가 다양한 결과를 낳은 이유도 설명해 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조작에 더 잘 반응하거나 약물 대사에 대한 기능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시기나 시간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DDW 의장인 로렌 레인 예일대 의대 소화기과 과장은 이번 연구결과가 중요하고 흥미롭다고 밝혔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안정적인 집단이 아니다”라며 "식단, 약물사용, 하루 중 어떤 시간대냐에 따라 극적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그 변동방식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학 회의에서 발표되는 연구 결과는 동료 심사를 거친 학술지에 게재되기 전까지는 예비 연구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