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소리 들으며 1000원 수액 보급... 이종호 회장 별세

향년 90세... 세브란스병원서 JW그룹 회사장 엄수

고(故)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기초 의약품인 필수 수액 제품을 안정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힘썼던 JW그룹 이종호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

JW그룹은 이종호 명예회장이 30일 오전 7시 49분 향년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노환으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전날 병세가 급격히 악화했고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

장례식은 JW그룹 회사장으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5월 3일 오전 7시 경기 연천군 중면 횡산리 선영으로 발인한다. 유족에는 부인인 홍임선 씨와 자녀 경하·동하·정하·진하 씨 등이 있다.

JW그룹은 창업주 고(故) 성천 이기석 회장이 1945년 조선중외제약소로 설립한 것이 전신이다. 이기석 회장 차남인 이종호 명예회장은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중외제약 기획실장, 중외상사 사장, 중외제약 사장 등을 거쳐 1982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이종호 명예회장은 1976년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1982년 중외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또 2001년 이름을 '중외' 대신 'JW'로 변경했고, 2007년 회사를 분할해 지주회사 중외홀딩스를 만들었다.

고(故) 이종호 명예회장은 사업 초기 합성 항생제 개발과 필수 수액 제품 양산·보급에 공을 들였다. 특히 1970년대 들어 전념했던 수액 제품은 우리나라의 기초 필수의료를 위해 손해를 보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당시 국내엔 수액 제품의 공급이 부족했지만, 필수 의약품인 탓에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없었다. 이런 탓에 수액은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앞서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합성 항생제인 '리지노마이신'으로 겨우 마련한 경영 기반을 수액 산업 안정화를 위해 아낌 없이 투입했다.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가 생사를 다투는 상황을 생각하노라면 포기할 수 없었다는 회고다. 당시 그는 수액 사업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꺼지지 않는 병원 불빛을 보며 "꺼져가는 생명이 있는데 돈이 안 돼서 그만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이런 노력 끝에 수액 제품은 현재 JW그룹을 대표하는 사업 중 하나가 됐다. 국내 기초수액제 시장에서 회사의 점유율은 40%에 이른다. 1997년에는 국내 최초로 환경 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수액 백(용기·봉지) 개발에도 성공했고, 2006년에는 1600억 원을 투입해 충남 당진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제 공장을 건립했다.

후에 이 회장은 '개당 1000원짜리 수액을 생산하는 공장에 16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말을 듣는 이마다 '우리 시대의 마지막 바보'라고 비웃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해당 공장에서 생산하는 수액 제품은 아시아 제약사론 처음으로 유럽에 수출하는 기록을 세운 바탕이 됐다.

1983년에는 중앙연구소 설립을 주도하며 국내 제약사의 신약 개발 노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고인은 "반도체는 만드는데 왜 신약은 못 만드나.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연구개발에 투자했듯이 (신약 개발도) 오너가 투자를 해줘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노력은 2001년 국내 최초로 임상 3상 신약 1호 항생제인 '큐록신'을 개발하고 식약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는 쾌거로 이어졌다.

말년에는 장학과 사회공헌 활동에 힘썼다. 2003년부터 홀트 장애인합창단 영혼의소리 후원회장을 맡았고, 2011년에는 사재 200억 원을 출연해 중외학술복지재단을 설립했다. 2015년엔 장애인 미술 공모전인 'JW아트어워드'를 출범해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 활동을 지원했다. 생전 '장애인 역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를 밝게 만드는 존재'라는 그의 신념과 이상을 우리 사회에 구현하려는 노력이었다.

고인은 서울고와 동국대 법대를 졸업했고, 1969년 5월 발명의 날에는 합성 항생제인 리지노마이신을 개발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바 있다.

고(故)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사진=JW그룹]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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