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 감수하며 천식약 먹어… "중증 환자 지원 절실"
약제비 부담에... 부작용 '큰' 스테로이드제 선택할 수밖에
천식은 10명 중 1명 꼴로 앓는 흔한 병이다. 천식 환자는 기관지가 좁아진 상태이므로 숨이 쉽게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호소한다. 기관지 안에 염증이 생기면서 점막이 부어 호흡 곤란, 기침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천식 환자의 약 90%는 흡입 스테로이드제로 염증을 줄여 증상을 완화한다. 이 약제는 몸에서 99.9% 분해돼 위험성이 거의 없다. 환자 중 약 10%를 차지하는 중증천식 환자는 사정이 다르다. 장기간 복용하면 부작용이 많은 경구 스테로이드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흡입형 스테로이드제로 증상을 통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27일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는 '세계 천식의 날' 기념 간담회를 열어 중증 천식 환자 지원 확대를 위한 대책 마련 등을 논의했다. 부작용을 알면서 약을 먹을 수밖에 없는 중증 천식 환자의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 등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경구 스테로이드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불안함, 피로감, 우울증, 면역력 저하 등이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도 크다.
최근 중증 천식 유병률이 꾸준히 느는 상황도 우려된다. 국내 중증 천식 환자는 2002년 3.5%에서 2015년 6.1%까지 늘어 6만8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현재는 약 7만 명으로 추산된다. 세계천식기구에 따르면 전체 천식 중 중증천식 유병률은 6.1%다. 한국은 이 비율을 넘겼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태범 교수는 “ 건강보험 청구 자료 분석 연구에서 중증 천식 유병률은 6.1~10%로 보고되고 있다”며 “중증 천식은 일반 천식보다 연간 외래방문 횟수가 약 3배, 연간 입원 횟수가 약 2배, 외래 비용이 약 3배, 약제비용이 약 9~10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증 천식 환자의 50% 정도는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고 있다”며 “캐나다, 호주, 유럽 국가 등 대부분 선진국은 생물학적 제제에 보험을 적용하며 미국, 일본 등 민간보험이 활성화된 나라에서도 부분 급여가 허용된 상태”라고 말했다.
스테이로이드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생물학적 제제(생물을 재료로 만든 의학용 제제)를 사용한 대체 약물은 이미 개발됐다. 한국은 이 제제에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지 않아 환자의 약제비 부담이 크다.
일반적으로 중증 천식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생물학적 제제는 4종이다. 약마다 차이는 있으나 한 달에 100만~200만 원의 약값이 든다.
김 교수는 “중증 천식 치료제가 보험급여를 적용받아 환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숨쉬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의에서도 천식 환자를 일반, 중증 등으로 구분하고 중증 천식 환자의 치료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좌장으로 참여한 대한내과학회 박중원 이사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은 “천식은 호산구성 천식, 알레르기성 천식 등 발병 기전이 다양하므로 환자 상태에 알맞은 치료제를 사용하도록 세계보건기구나 국내 진료 지침 등에서 권고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알레르기 천식에만 사용 가능한 오말리주맙만이 급여권에 진입해 있어 중증 천식에 대한 치료가 제한적인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지영구 이사장(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은 "국내 천식 입원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약 2배, 천식으로 인한 연령 표준화 사망자 수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약 3~4배"라며 "국내 중증 천식 치료 환경 개선이 시급한 만큼 환자들의 질병 부담과 생물학적 제제 비용효과성을 충분히 고려해 조속한 급여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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