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 건강 위해 엽산과 '이것' 함께 챙겨야
[노윤정 약사의 건강교실]
지난 4월 20일, 질병관리청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립보건연구원이 추진하는 국가 보건의료 연구 인프라 구축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것으로, 혈중 엽산 농도가 낮으면서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높으면 사망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40세 이상 남녀 21,000 여명을 12년 동안 추적조사(코호트 연구, 한국인유전체 역학조사 사업)한 것으로, 한국인 대상 엽산 농도와 호모시스테인 농도 관계를 분석한 장기간 대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인이 권장섭취량보다 부족하게 먹는 ‘엽산’
엽산은 녹색 잎채소에 풍부한 영양소다. 엽산은 아미노산과 핵산(DNA, RNA) 대사의 조효소로서, 세포분열이 활발한 성장기, 임신기, 수유기에 필요량이 매우 증가한다. 엽산 결핍으로 DNA 합성이 저하되면 세포분열이 왕성한 위장관이나 구강 점막, 생식기관 및 골수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 초기 엽산 결핍은 태아의 신경관결손증 기형아 출산 확률을 높여, 가능하면 임신 준비기부터 하루 400㎍ 정도의 엽산 영양제 섭취를 권한다.
2020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권장섭취량 대비 엽산을 평균 77%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가임기 여성, 난임 부부 등을 제외하곤 굳이 엽산 영양제 섭취를 강조하진 않았다. 이미 다수의 영양제를 먹는 사람이 많고, 엽산은 비타민B군 중 하나로 현대인이 많이 먹는 고함량 비타민B군 영양제의 기본 성분으로 포함되는 특성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와 한국인의 엽산 섭취 실태를 볼 때, 개별적 상황에 맞춰 추가적인 엽산 영양제 섭취 여부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로 알려진 ‘호모시스테인’
호모시스테인은 필수 아미노산 ‘메티오닌’의 중간 대사산물이다. 호모시스테인은 혈관 내피 손상을 초래해 동맥경화 및 혈전증 형성을 자극하는 심뇌혈관질환 및 말초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메티오닌’과 같은 필수 아미노산은 체내에서 아예 합성되지 않거나, 합성되는 양이 생리적 기능을 수행하기엔 매우 적어 반드시 음식 등으로 섭취해야 한다. 따라서 ‘메티오닌’의 대사산물인 호모시스테인은 체내에서 매일 생성되고, 우리 몸은 보호시스템으로 호모시스테인을 무독화하는 방법을 갖고 있다. 바로 호모시스테인을 아미노산 ‘메티오닌’이나 ‘시스테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때, 호모시스테인이 ‘메티오닌’으로 전환되려면 엽산과 비타민B12, ‘시스테인’으로 전환되려면 비타민B6(피리독신)가 필요하다. 그래서 제대로 호모시스테인 수치를 관리하고 싶다면 엽산과 함께 비타민B6, B12도 챙겨야 한다. 단, 무작정 많이 먹는다고 좋진 않다. 해당 연구도 엽산 농도가 높을수록 사망위험이 낮아진다고 결론짓진 않았다. 남성의 분석 결과, 엽산 농도 약 20nmol/L에서 가장 낮은 사망위험이 관찰되었으므로 이 농도를 유지하기 위한 적정 엽산 섭취량에 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엽산은 영양제로 과량 먹으면 비타민B12와의 생리적 기능 균형을 방해하고, 남성에서 과량의 엽산 섭취는 전립샘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따라서 호모시스테인 수치 관리를 위해 엽산을 영양제로 챙겨도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정한 하루 엽산 상한 섭취량 1,000㎍을 넘기지 않는 게 안전하다.
비타민B6, B12 결핍 증상 있다면 엽산과 함께 챙겨야
‘고호모시스테인’ 혈증은 희귀질환으로 분류될 만큼 일반인에서 건강관리 포인트로 주목되진 않는다. 단, 식습관 특성에 따라 호모시스테인 농도가 정상범위를 넘기면 혈관 독성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권장섭취량 내외의 엽산을 챙기되, 비타민B6 또는 비타민B12 결핍 증상이 있다면 이 영양소도 함께 챙기는 걸 권한다. 비타민B6가 결핍되면 입꼬리가 갈라지거나 입술 및 입 안에 염증이 생기는 구각염·구순염·구내염이 증가할 수 있다. 비타민B12는 육류나 생선, 어패류,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에 풍부한데, 식품의 비타민B12를 흡수하려면 위 건강이 중요하다. 위에서 분비하는 위산, 단백질 분해효소인 펩신, 그리고 내인자(intrinsic factor)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동물성 식품을 잘 먹지 않거나 위 건강이 나쁜 사람은 비타민B12가 결핍될 수 있다. 비타민B12 결핍되면 빈혈이 발생해 피로나 무기력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또는 혀의 통증, 식욕감퇴, 위염, 손발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40대 이후 중장년에 이 같은 증상이 잦다면 엽산과 함께 비타민B6 또는 비타민B12를 함께 챙겨야 호모시스테인 농도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