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진짜 원인=뇌 속 ‘철분 산화·환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타우 단백질 축적에 이은 ‘제3가설’ 등장할 수도
알츠하이머병이 뇌 속 ‘철분 산화·환원’의 증가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가설로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축적, 타우 단백질의 축적 등 두 가지가 주로 거론돼 왔다. 산화는 산소와의 결합, 환원은 산소와의 분리를 의미하며 한 원소가 산소를 얻으면 다른 원소는 산소를 잃기 때문에 산화와 환원은 동시에 나타난다.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 공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플라크(찌꺼기)가 모이는 뇌의 같은 영역 안에서 철분의 산화·환원(redox)이 증가하는 것으로 세포 배양 및 생쥐 실험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 철분 산화·환원의 증가가 알츠하이머병의 진짜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뇌의 철분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랐다. 이번 연구 결과가 세계 학계의 공식 인정을 받을 경우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 원인에 관한 제3가설이 성립된다.
연구팀은 “철 산화·환원과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연관성은 블랙박스였으나 이번 연구로 여기에 빛을 비춰 전체 과정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약 10년 전 ‘철 의존성 세포사멸’(Ferroptosis, 상승한 철분 수치에 의존하는 일종의 신체적 과정)이 세포사멸로 이어지고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생존해 있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스캔해 뇌 속 철분 수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경향이 있음을 관찰했다. 이 방법으로는 서로 다른 형태의 철을 구분할 수 없었다. 다만 철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세포의 파괴에 뚜렷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연구팀은 세포 배양액과 알츠하이머병을 모방하기 위해 유전적으로 변형한 쥐의 뇌 절편에서 두 가지 철(Fe2+ 및 Fe3+)을 함께 감지할 수 있는 DNA 기반 형광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 센서를 통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발생하는 뇌와 같은 영역에서 두 가지 철(Fe2+ 및 Fe3+)의 비율도 높아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철분 산화·환원이 알츠하이머병 세포사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지 아니면 부산물에 그치는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를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철분과 그 산화·환원 변화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세포사멸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지면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가능성이 열린다. 연구팀은 ‘올리고뉴클레오티드 합성’이라는 화학공정을 이용해 100조 개의 짧은 DNA 가닥에 대한 라이브러리를 생산했다. 또 특정 형태의 철분을 인식하는 가닥을 찾기 위한 스크리닝 과정을 수행했다.
이 연구 결과(Simultaneous Fe2+/Fe3+ imaging shows Fe3+ over Fe2+ enrichment in Alzheimer’s disease mouse brain)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