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선천성 심장병 '팔로4징', 어떻게 생기나
[서동만의 리얼하트 #7]
# 다시 팔로4징에 대하여
지난 연재들에서 언급되었듯이 팔로4징은 청색증이 있는 대표적인 선천성 심장병이다. 흔히 심실중격 결손, 폐동맥 협착, 대동맥 위치 이상(Overriding), 우심실 비대의 네 가지 소견을 보인다고 하여 1888년 프랑스 의사 팔로(Etienne-Louis Arthur Fallot) 가 처음 기술한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이처럼 불리고 있다. [사진1].
심실중격 결손이 있고 폐로 가는 통로가 다양하게 좁아서(폐동맥 협착), 우심실에서 폐로 가야 될 혈액이 일정 부분 이 결손을 통하여 좌심실로 가게 된다. 즉 체순환을 거치면서 산소가 낮아진 혈액(Desaturated)이 산소가 높은 혈액(Oxygenated)과 심장 내부에서 섞이므로, 결과적으로 좌심실에서 대동맥을 통해 전신에 공급되는 혈액의 산소포화도는 정상보다 낮아져서 입술, 손가락, 발가락 등의 말단에 청색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흔히 접하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심실중격 결손과 폐동맥 협착(Ventricular septal defect with pulmonary stenosis, VSD-PS)[사진2]을 동시에 갖는 질환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VSD-PS는 수술 후 특별한 합병증 없이 잘 살아가는데, 팔로4징은 왜 수술 후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겪는 경우들이 많은가?
두 질환은 일견 비슷해 보이나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질환의 발생 과정이 크게 다르다. 즉, 앞의 팔로4징 정의는 선천성 심장 질환의 발생학(Embryology)적 이해가 결여된 채 눈에 보이는 네 가지 소견만을 기술한 것이다. 아직 발생학적 지식이 쌓이기 전인 19세기 무렵의 한계 였다고 할 수 있다.
발생학적 관점에서 보면 심실중격 결손이 생기는 과정은 두 질환에서 같다. 그러나 폐동맥 협착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두 질환에서 차이가 있으며, 팔로4징에서 폐동맥 협착의 발생은 아래와 같이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1) 폐에서 처음 폐포(Alveoli)의 싹이 틀 때(Budding), 이를 둘러 싸는 자체적인 혈관체계(Vascular plexus)가 생긴다. 이들은 점차 폐동맥과 폐정맥으로 분화(Differentiate)되며, 그 기시부는 퇴화하게 된다. 퇴화하지 못하고 남은 혈관이 소위 주요 대동맥-폐동맥 측부 혈관(Major AortoPulmonary Collateral Arteries, MAPCA)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구조물이다.
(2) 심장에서는 대동맥과 폐동맥이 합쳐 있는 초기 상태인 동맥간(Truncus arteriosus)이 적절한 비율로 나뉘어(Separation), 대동맥과 주폐동맥(Main pulmonary artery)이 된다. 팔로4징에서 이러한 나뉘는 비율이 심하게 치우치면 심한 폐동맥 폐쇄가 되는 것이고, 그 비율이 정상치에 가까우면 ‘청색증이 거의 없는(Pink) 팔로4징’ 이 되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게 된다. 더불어 이때 폐동맥 판막과 대동맥 판막도 생기게 된다.
(3) 한편 대동맥 궁 부위에서 폐와 심장으로부터 나온 혈관들을 연결해주는 구조인 좌우 폐동맥이 생긴다. 이들의 근위부와 원위부는 기원이 다르다. 근위부는 전방 대동맥 (4th arch)에서, 원위부는 후방 대동맥 (6th arch)에서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근위부와 원위부가 합쳐져 좌우 폐동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4) 얼마 동안 이러한 이중 혈액 공급체계(Dual supply)를 가지면서 심장과 폐가 함께 발육하게 된다. 앞에서(1, 2, 3) 설명한 세가지 혈관들은 결국 폐문부에서 만나고, 여러 번의 리모델링을 거쳐, 최종적으로 심장 중심의 폐동맥 체계라는 일원화된 모습을 갖게 된다. 이때 일부 혈관 부위 (6th arch)는 퇴화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Programmed cell death). 만약에 이 과정이 완전치 못하면, 퇴화의 정도에 따라 출생 시 폐동맥 체계는 다양하게 된다[사진 3].
따라서 팔로4징이라는 진단명은 같아도 환아들의 상태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간단히 심실중격 결손을 막아주고 폐동맥 판막 협착을 조금 손보아 문제가 해결되는 정도부터, 여러 차례의 수술에도 불구하고 폐동맥이 충분히 자라주지 못해 소위 완전교정 수술을 할 수 없는 정도까지. 게다가 폐동맥 판막 이상의 정도도 환자마다 다르므로,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게 되면 천변만화를 그리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구조적 문제들도 수술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심실중격 결손을 막아주고, 우심실에서 폐혈관으로 산소포화도가 낮은 혈액을 보내며, 합당한 기능의 폐동맥 판막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는 지향점은 같다. 이것이 팔로4징 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폐동맥 폐쇄를 동반한 심실중격 결손증의 여러 경우까지를 동일 진단으로 간주하여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반면에, VSD-PS는 발생학적으로 혈관(폐, 대동맥궁)의 기원은 정상이나, 심장에서 동맥간이 나뉘고 나서 판막이 형성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어 나타나는 질환이다. 즉, VSD-PS는 심장만의 문제이고, 팔로4징은 심장과 폐(혈관) 두 장기의 문제이다. 다음 연재에서는 폐동맥의 이상 소견을 보이는 여러 경우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 누가 물었다.
팔로4징에서 심실중격 결손을 막아주면 작은 폐동맥이 잘 자라지 않겠느냐고?
기원이 다른 여러 가지 혈관들이 만나고, 수 차례 리모델링을 거쳐 최종 폐동맥 혈관 체계가 만들어 지는 것이므로, 이들이 만나는 단계마다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상이 있는 부분들은 잘 자랄 수도, 자라지 않을 수도 있다. 심실중격 결손을 막은 후 폐동맥이 잘 자라지 않는 경우에는 우심실에 압력 과부하가 걸려 치명적인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따라서 심실중격 결손을 막아주기 전에 폐동맥 크기가 충분한지 여러 가지 지표(Nakada index, McGoon ratio)로 평가하여, 완전 교정수술을 결정한다. 더불어 작은 폐동맥을 키우려는 다방면의 고식적 수술들이 필요할 수 있다.
(1) 체-폐동맥 단락 수술
(2) 다양한 우심실 유출로 확장 수술
-패치(Patch)를 이용한 경우
-도관(Conduit)을 이용한 경우
-스텐트(Stent)를 이용한 경우
(3) 주요 대동맥-폐동맥 측부 혈관(MAPCA) 구조개선 수술(Unifocal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