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면 우울증 치료? 어떤 운동이 좋을까
가벼운 운동으로 하는 우울증 치료가 약물이나 심리상담만큼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벨기에, 영국 등 국제 연구팀이 최근 «영국 스포츠 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총 22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41건의 실험을 분석했다. 운동의 효과를 다른 우울증 치료법과 비교한 연구 중 가장 대규모다. 분석 결과 운동을 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꾸준히 운동한 집단의 우울감이 절반 넘게 감소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정도의 감소폭은 항우울제나 여러 차례의 심리 상담을 처방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운동 종류별 효과를 비교했더니 자전거 타기,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 높은 달리기 등 격렬한 운동보다 가볍게 걷는 수준의 일상적 운동이 증상을 더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정원을 가꾸는 것만으로 증상이 완화된 사례도 있었다.
미국 미주리대 간호학과 알리사 허쉬버거 교수는 “적절한 운동으로 몸을 움직이면 불안이나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고 숙면을 취하는 것을 도와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이다. 야외 활동으로 비타민 D 수치가 높아지면 효과가 커진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일상적인 운동만으로 우울증 증상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이러한 결과는 당신이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당장 마라톤을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운동이 우울증 예방이나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표준 방식의 치료법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우울증 환자들을 대규모로 모집하고 집단을 비교해 운동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완화하는데 운동이 충분히 효과적이라면, 약물이나 상담처럼 의사가 운동을 처방할 수는 없을까?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상반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머레이 스테인 교수는 운동을 우울증의 정식 치료법으로 인정하기 위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처방을 위해서는 운동의 종류, 횟수, 강도에 따른 차이와 개인적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운동의 강도와 상관없이 우울증 환자가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결정이 필요하다”며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운동을 강제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심리학회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우울증 치료지침도 이러한 시각을 반영해 운동은 어디까지나 ‘추가적인 권고사항’ 정도로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이 우울증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의사들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자신에게 맞는 편한 운동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가장 좋은 운동은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