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 느린 아이...가정 내 치료도 중요
언어나 정서 발달이 느린 아이를 둔 부모는 병원이나 전문가를 찾아 다니며 치료에 정성을 쏟기 마련이다. 부모가 집에서 하는 역할이 전문가의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하루에 최소한 15분 이상 발달 지연 아이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놀이를 즐겨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영유아 시기에는 신체적 성장 뿐만 아니라 언어와 사회성 등 정서 및 지능 발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일 제43회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12일 열린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의 ‘느린 아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발달 촉진’ 강좌는 영유아 발달에 대한 이해와 바람직한 놀이 방법 등을 다뤘다.
이 병원 재활의학과 서지현 교수에 따르면 발달 문제는 ‘발달 지연’과 ‘발달 장애’로 구분할 수 있다. 발달 지연은 또래 아동보다 운동, 언어, 지적, 사회성 발달이 25% 가량 더딘 걸 말한다. 몸이 아프거나 병원에 오랜 기간 입원해 학습 기회가 적은 아이들에게 주로 발견된다. 이런 경우는 성장하면서 또래만큼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발달 지연이 오래 계속되면 발달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운동발달 지연은 뇌병변 장애나 지체 장애, 언어발달 지연은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 지적발달 지연은 지적장애, 사회성 발달 지연은 자폐로 옮겨갈 확률이 높다. 5살이 넘어도 발달 지연이 있다면 발달 장애인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가 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이의 신체가 자라면서 다양한 기능이 시간 차이를 두고 발전하는 게 통상적이다. 영유아가 초기에 발달이 빠르더라도 뒤에 부가적인 발달 이 늦어질 수도 있다. 12개월에 말을 시작한 아이가 자라면서 높은 단계의 언어 기술 습득에 실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반대로 처음엔 발달이 느린 아이일지라도 성장하면서 다른 영유아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발달하기도 한다.
어린 아이의 균형 잡힌 발달을 이끌려면 월령에 따라 주기적으로 발달 영역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한 영역이 제대로 발달했더라도 다른 영역의 발달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18개월에 대근육운동(목 가누기, 뒤집기, 한 발 뛰기 등) 발달에 문제가 없는 아이가 4세가 됐을 때 사회성 발달 문제가 나타날지를 사전에 판단하기 어렵다.
서 교수는 “발달 문제는 장기간 방치할수록 치료가 어려워 발달이 의심될 경우 재활의학과에서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를 받는 동시에 가정에서도 치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발달평가 외에도 원인평가를 통해 예상 후유증과 합병증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영유아의 발달을 도우려면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아이가 몸을 움직이면 대근육과 소근육이 발달할 수 있다. 부모와 소통하면서 언어 기능과 사회성 등을 배우기도 한다. 부모는 아이가 집중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하루 15분 정도 장난감 1~2개를 가지고 집중적으로 놀면 좋다. 부모의 말과 행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장난감이 손에 닿는 위치에 있거나 너무 많다면 아이의 집중력이 분산될 수 있다. 아이와 놀 때는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 좋다.
이 병원 재활의학과 박시현 언어치료사는 “아이의 놀이방을 보면 책상이 벽을 향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부모가 아이의 옆이나 뒤쪽에서 놀아줄 수밖에 없다”며 “아이가 엄마를 마주 보고 지내면 말과 행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일상에서도 영유아 발달을 이끄는 방법은 많다. 밥과 간식을 먹는 시간, 목욕하는 과정, 로션을 바르는 순간 등을 통해 차례(순서)를 지키는 법과 단어 모방해 말하기 등을 가르칠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언어 수준에 맞춰 새로운 단어를 알려주면서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것에 세심하게 반응하면 된다. 단, 아이에게 ‘이게 뭐야?’ ‘엄마 따라해 봐’ 등 잦은 질문과 요구는 언어 발달을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