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여성 32% 경험, '밑 빠지는 병'... 회복 빠른 로봇수술 대중화

골반장기탈출증, 서울아산병원서 亞최초 로봇수술 400례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왼쪽)가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완경기와 고령층 여성 중 갑작스레 사타구니 아래에 무언가 묵직한 내려온 기분이 들며 보행과 일상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흔히 '밑 빠지는 병'으로 불리는 '골반장기탈출증' 때문이다.

이는 자궁, 방광, 직장 등의 장기들이 제 위치 아래로 처지거나 질 쪽으로 빠져나오는 여성 질환이다. 실제로도 질 부위에 계란 크기 정도의 덩어리가 생기기도 한다. 임신과 출산 경험 이후 노화를 거치며 배 속의 장기를 받쳐주던 골반의 근육과 인대가 약해진 탓이다.

과거에는 부끄러움으로 증상조차 알리지 못했으나, 출산을 경험한 40대 이상 여성의 10명 중 3명(31.7%)이 겪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다. 특히 환자의 절반이 60~70대일 정도로 완경기 이후 자주 나타나며, 일상의 불편함이 크고 재발률도 높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은 이와 같은 골반장기탈출증 치료 사례에서 기존 수술 방식의 단점을 효과적으로 개선한 '천골질고정술'의 로봇수술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이사라 교수는 지난 3월 말까지 400례의 천골질고정술 로봇수술을 집도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집도 사례다.

천골질고정술은 질과 천골(골반을 구성하는 뼈) 사이에 그물망을 넣어 연결해 약해진 근육과 인대 대신 장기를 받쳐주도록 돕는다.

기존에는 해당 수술을 개복(배를 열어서 직접 수술)이나 복강경(내시경 장비 활용) 방식으로 진행했다. 개복수술은 흉터가 커 수술 후 통증이 심하고 회복이 느린 단점이 있다. 복강경은 많은 봉합이 필요해 수술·마취시간이 4~5시간으로 길고 합병증 위험이 비교적 크다.

반면, 최근 개발된 수술 로봇 기법으로 배꼽 부근에 2.5cm 내외로 절개한 1개의 구멍만으로도 빠르고 세밀하게 수술이 가능하다.

10배까지 확대 가능한 고해상도 카메라로 시야를 확보하고 좁은 공간에서도 움직임이 자유롭기 때문에 깊은 곳에 위치한 조직도 꼼꼼한 수술이 용이하다. 흉터가 작아 통증은 줄고 회복이 빨랐으며, 짧은 수술 시간으로 고령층의 합병증 위험 부담도 낮아졌다.

이사라 교수가 로봇수술을 집도한 환자 400명(평균 연령 57.8세)의 수술시간은 평균 1시간 20분, 마취시간은 2시간 30분이었다. 평균 입원기간도 2.05일 수준이었다. 기존 해외에서 보고된 개복수술 3시간 30분, 복강경수술 3~5시간에 비해 현저히 짧았다. 전체 재발률도 1% 미만이라 기존 수술방식과 재발률 차이도 거의 없었다.

이사라 교수는 "다른 질환에 비해 재발률이 높은 편이지만 로봇수술의 장점을 활용하면 재발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 수 있었다"면서 "미세침습수술 방식으로 △비만한 경우 △이전 수술로 유착이 심한 경우 △고령인 경우 등 고난도 수술이 필요했던 환자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골반장기탈출증 주요 증상과 예방법

골반장기탈출증과 관련한 주요 증상과 합병증, 예방관리법 등도 소개한다.

◆주요 증상
△자궁이 빠지는 것 같이 느껴진다.
△골반 밑이 묵직하고 통증이 있다.
△질 쪽으로 묵직한 덩어리가 만져진다.
△오래 서 있으면 묵직한 덩어리가 질 쪽으로 빠져 나온다.
△평상시에도 덩어리가 질 쪽으로 빠져 나와 있어 걷기 힘들다.
△웃거나 재채기 할 때, 무거운 것을 들거나 운동 중에 소변이 새는 요실금 증상이 있다.
△배변이 힘들어서 손가락으로 질 뒤쪽을 눌러야 대변이 나온다.

◆합병증
△소변이 새는 요실금과 배뇨통‧빈뇨
△질염
△방광이 제 자리에서 벗어나 배뇨장애 일으키는 방광류
△직장과 질 사이 벽이 주머니 모양으로 늘어나 여기에 대변이 고이는 직장류
△변이 새는 변실금
△골반통

◆예방관리법

근본적인 발병 원인은 출산하며 겪는 몸의 변화다. 이때 골반 구조도 변하면서 골반 구조물을 지지하는 골반 인대나 근막, 근육 등이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특히 난산을 겪거나 우량아를 출산한 여성, 출산 경험이 잦은 여성은 발병 위험이 높다.

이후 완경과 노화가 손상을 가속하는데, 복압을 상승시키는 만성적 변비와 복부비만, 쪼그려 앉거나 반복적으로 무거운 짐을 드는 행위 등이 발병 위험률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생활습관 개선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연
△적정 체중 유지
△변비 개선
△배변 시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는다.
△쭈그리고 앉은 자세로 작업하지 않는다.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는다.
△요도괄약근 주위를 조이는 행동을 반복하는 케겔운동 등의 골반근육 강화 운동을 한다.

자궁탈출증과 그 합병증인 방광류, 직장류의 발병 모습. [자료=요편한비뇨기과]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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