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실명 질환자, '극단 선택' 위험 최대 5배
서울대병원, 실명 질환과 자살 위험도 연관성 분석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삼출성 황반변성 환자는 나이가 들수록 시력이 떨어지고 자살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주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한국과학기술한림원 차세대회원)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통계청 데이터를 활용해 2010~2020년 3대 실명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의 자살 위험도를 분석했다.
국내 3대 실명 질환은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삼출성 황반변성이다.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질환이고, 당뇨망막병증은 고혈당에 노출된 망막 모세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병이다. 황반변성은 시세포가 집중된 망막 황반부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이들 질환은 인구 고령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초기 증상을 지각하기 어려워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들이 있는데 이는 실명 위험을 높인다.
연구팀은 3대 실명질환 환자들의 성별, 연령, 소득수준, 거주지역 등 다양한 배경 변수를 보정해 질환별 자살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산출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앞선 연구에 의하면 시력 장애와 자살 위험은 연관성을 보인다. 단, 주요 안질환별 자살 위험도를 직접 살핀 연구는 없었다.
분석 결과, 관찰 대상 280만 명 중 1만3205명이 자살로 사망했으며 이들 중 34%(4514명)는 시력을 위협하는 안구질환을 진단 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들 중 녹내장 환자 비율은 48%, 당뇨망막병증은 57%, 삼출성 황반변성은 9%였다.
녹내장은 나이가 증가할수록 자살 사망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당뇨망막병증은 50~70세 사이 다소 감소했다가 이후 증가했다. 황반변성은 80세 후반에서 가장 높은 자살 사망률을 보였다.
녹내장은 자살 위험도를 비진단군 대비 1.09배 증가시켰고, 당뇨망막병증은 1.4배, 삼출성 황반변성은 1.2배 높였다. 3대 실명 질환을 앓는 환자가 저시력 상태가 되면 자살 위험도는 1.49배 증가했다. 실명 질환 환자는 최초 진단 후 3~6개월째 자살 위험도가 5배 높아 이 시기 특히 많은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안과 의사는 주치의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안질환 환자의 스트레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요 실명 질환은 환자에게 상당한 심리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족을 포함한 사회구성원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 안과학회저널(Ophthalmology)》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