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두경부암 치료 약물조합 발견
세툭시맙과 피클라투주맙 병용치료 무진행 생존기간 3.7개월
진행성 두경부암 치료제로 개발된 두 약물을 조합한 칵테일 처방이 2상 임상시험 결과 다른 치료법에 내성이 생긴 재발성 두경부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임상종양학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발표된 미국 조지워싱턴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세툭시맙(상표명 얼비툭스‧Erbitux)과 함께 현재 개발 중인 피클라투즈맙이라는 신약 성분을 병용 처방한 결과 다른 치료에 내성을 보인 두경부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치료가 힘들고 예후도 나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음성 두경부암 환자에게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더 고무적이라고 연구를 이끈 조지워싱턴대 GW암센터의 줄리 바우만 소장은 말했다.
HPV 음성 두경부암은 일반적으로 술이나 담배, 직업상 오염 물질 노출로 인해 발생한다. 두 약물의 병용요법은 HPV 음성 두경부암 환자에서 38%의 반응률을 보였고 이 환자들의 종양은 최소 30% 축소됐다. 바우만 소장은 “초기 치료 후 암이 재발한 환자들이었고 화학 요법, 표적 요법, 면역 요법에 모두 내성이 있었기 때문에 매우 아픈 환자 집단”이었다면서 “이 환자들에게는 정말 더 이상 표준 치료법이 없다”고 말했다.
HPV 음성 두경부 암 환자의 약 절반은 재발을 경험한다고 바우만은 밝혔다. 재발성 두경부암 환자의 기대 수명은 2년이며, 다른 치료법에 내성이 생긴 암환자의 기대 수명은 6개월 미만이라고 바우만은 설명했다.
세툭시맙과 피클라투주맙은 모두 암세포가 성장하고 퍼지는 특정 방식을 방해하여 작용하는 표적약물이다. 세툭시맙은 정상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암세포의 확산까지 촉진할 수 있는 단백질인 표피성장인자(EGF)를 차단한다. 일부 두경부암은 인체의 다른 성장인자와 호르몬에 달라붙어 세툭시맙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고 바우만 소장은 설명했다.
피클라투주맙은 두경부암의 이러한 ‘탈출 메커니즘’ 중 하나인 간세포 성장인자(HGF)를 차단한다. 미국 뉴욕의 마운트시나이메디컬센터 두경부종양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마샬 포스너 박사는 “이 약물은 종양 주변 세포에서 생성되는 성장인자를 차단하는 항체”라며 “이 성장인자는 암세포의 효소표적에 결합해 효소표적을 켜고 암세포의 성장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클라투주맙은 HGF가 cMet이라는 성장촉진 효소를 유발하는 것을 차단한다. 바우만 소장은 “피클라투주맙은 HGF를 청소하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며 “HGF에 부착돼 cMet을 유발하는 것을 방지한다”고 표현했다.
연구진은 58명의 환자를 무작위로 피클라투주맙 단독 또는 피클라투주맙과 세툭시맙을 병용해 치료했다. 병용 요법을 받은 환자들의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은 3.7개월로 나타났다. HPV음성 환자의 경우 4.1개월, HPV 양성환자의 경우는 2.3개월이었다.
바우만 박사는 EGF와 HGF 두 가지 경로를 모두 차단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이 2배로 늘어나고 전체 연구 모집단의 반응율이 19%였다고 밝혔다. 특히 난치성 집단에서 여전히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는데 6건의 반응 중 2건에서 암이 추가적으로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포스너 박사는 HPV 음성 두경부암만 이 병용 요법에 반응했다는 점은 어쩌면 이 두경부암만이 cMet 효소에 의해 촉진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연구가 HPV 음성 두경부암의 생체지표 발견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고 봐야 할 지 모른다고 그는 덧붙였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ascopubs.org/doi/full/10.1200/JCO.22.0199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