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막으려면 운동이 필수인 이유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조깅을 하는 장년의 부부
걷기나 조깅 등의 유산소 운동은 치매를 예방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매는 환자 주변인을 당혹하게 하는 질환이다. 치매 초기부터 평소와 너무 다른 증상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평생 도덕적 관념이 투철했던 사람이 마트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거나 남의 집에 무단 침입 하는 등 범죄적 행동을 거리낌없이 하기도 한다.

부패하거나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경우도 있고, 방에다 이런 저런 폐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기도 한다. 상대의 거짓말 등 비신사적 행동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도 있다.

치매란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사람이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의 인지 기능이 손상되면서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지 기능이란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 파악 능력, 판단력, 추상적 사고력 등 다양한 지적 능력을 가리킨다.

치매는 뇌질환으로 분류되는데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 뇌혈관질환, 퇴행성질환이 대표적이다. 또 대사성질환, 내분비질환, 감염성질환, 중독성질환, 수두증, 뇌종양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통 치매하면 알츠하이머병을 떠올릴 만큼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대명사가 됐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원인의 60~80% 정도이고 나머지는 유형이 다른 치매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과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해 유명 배우였던 찰턴 해스턴, 찰스 브론슨, 로빈 윌리엄스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도 치매를 앓았다.

앞으로 치매가 우리 일상에 더 많아질 것이다. 고령화는 치매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인데 한국의 인구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치매 환자의 경우 2018년 75만 명에서 2024년 100만 명, 2039년 200만 명, 2050년 302만 명 등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를 피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일까. 전문가들은 “치매가 어려운 상대인 건 사실이지만 부지런한 예방과 꾸준한 치료, 관리로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제까지 연구된 모든 생활 습관 변화 중에서 치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꼽히는 게 규칙적인 신체 운동이다.

중년 또는 고령자의 유산소 운동(심장박동 수를 증가시키는 운동)의 효과를 조사한 여러 연구에서 유산소 운동을 하면 사고력과 기억력이 개선되고, 치매 발병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연구에서 밝혀진 중년 이후의 운동과 치매 위험 감소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알아봤다.

◇중년의 운동과 치매 위험 감소

중년기의 사람들과 신체 운동이 노년의 사고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여러 전향적 연구에서 규칙적인 운동이 치매 발병 위험을 약 3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발생 위험이 45%나 감소했다.

영국에서 2000명이 넘는 남성의 건강 행동을 조사하고 35년 동안 추적한 연구에서 평가된 규칙적인 운동, 금연, 건강한 체중과 식단 등의 요소에서 운동은 치매 위험 감소 측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으로 이런 요소를 모두 따르는 사람들은 치매가 발생할 확률이 60%나 낮았다.

단기적으로 유산소 운동은 사고력 테스트에서 건강한 성인들의 수행성과를 향상시킨다. 29건의 임상 시험 결과를 종합하면 한 달 이상 정기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면 스트레칭이나 몸매 가꾸기와 같은 무산소 운동과 비교했을 때 기억력, 주의력 및 처리 속도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기 운동과 치매 위험 감소

건강한 노인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나이든 사람들이 규칙적인 운동으로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 평균 나이 82세인 71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매일 신체 활동량이 하위 10%인 사람들은 상위 10%인 사람들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한 문헌 리뷰는 신체 활동이 60세 이상의 사람들의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27개의 연구를 발견했다. 26개의 연구에서 신체 활동 수준과 인지적 성과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이 있었는데 이는 운동이 늙어가는 시기에 인지적 감소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산소 운동은 또한 건강한 노인의 뇌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 임상 시험에서 유산소 운동을 1년 동안 한 결과 해마(기억에 관여하는 주요 뇌 영역)의 크기가 약간 증가했는데, 이는 나이와 관련된 1~2년의 수축을 역전시키는 것과 같았다. 스코틀랜드에서 638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70세에 신체적으로 활동적인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3년 동안 뇌 수축을 덜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소 운동과 신체 활동

과학자들은 연구 활동을 수행할 때 ‘신체 활동’ 또는 ‘운동’에 대해 동일한 정의를 사용하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말하는 신체 활동이나 운동은 약 20~30분 동안 이뤄지는 유산소 운동이다. 대부분의 연구들은 일주일에 여러 번 수행되고, 적어도 1년 동안 유지되는 유산소 운동의 효과에 대한 것들이다.

신체 운동은 단순히 특정 스포츠나 달리기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신체 운동은 활발한 걷기, 청소 또는 정원 가꾸기와 같은 일상적인 활동을 의미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요리와 설거지와 같은 매일의 신체적인 활동에 의해서도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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