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선 인정받는 남편, 아내가 무시하는 이유는?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동정이나 문제 해결보다 공감이 중요

배우자가 가깝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직장과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인기도 많아요. 좋은 사람이란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데 유독 아내만 절 인정하지 않아요.”

부부 상담 때 배우자를 탓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개별적으로 상담하면 예의 바르고, 남을 배려하고, 책임감이 있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담 중 “주위 사람들은 귀하를 좋은 분이라고 인정하지 않나요?”라고 물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예, 그렇습니다”라면서 좌절감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부부 모임 중에 누군가 자신의 배우자를 칭찬하면 “이 양반하고 하루만 같이 살아 보세요. 그런 말이 나오는지…”라는 말이 곧바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남들에게는 인정받는데 왜 배우자에겐 인정받기가 어려울까? 우리가 다른 사람을 만날 땐 심리적, 사회적 경계가 분명하기에 말을 함부로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고 예의를 갖춘다. 부부는 같은 공간에 살면서 심리적, 신체적, 사회적 경계가 무너지기에 아무 얘기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부는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신체적, 정서적인 욕구를 충족하려고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요구가 실현되지 않으면 좌절하고 실망하고 화도 낸다.

가정도 엄연히 조직체다. 서로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권력 다툼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부부는 자신의 이런 심리를 깨닫고 함께 살기 위해 서로 협상하고 상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서로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남편은 공감능력이 떨어져 답답하고, 속상하고, 짜증나고, 화 나!”

우선 아내가 남편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아내가 남편에게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은 공감 능력이다. 공감(共感)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해서 자신도 그렇게 느낀다는 기분을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능력이다.

공감과 비슷하면서 혼동되는 단어가 동정(同情)이다. 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푸는 행동을 말한다. 아내는 동정심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남편이 아내의 처지에서 아내가 느끼는 감정, 의견 등을 이해하고 이를 반영해 행동하는 공감을 원한다. 이런 공감 과정이 없이 아내를 동정한 나머지 곧바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려고 한하면 아내는 고마워하기보다 좌절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아내는 남편이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감정과 정서를 알아주고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 우선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내가 “여보, 시어머니가 전화해서 잔소리를 한 시간 하셨어”라고 말하면 남편이  “우리 어머니는 잔소리하시지만 속마음은 따뜻하셔. 부모님은 이미 나이가 드셨는데 어떻게 바꿔? 당신이 참아.”라고 말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남편의 반응은 공감이 아니라 문제 해결식 대처법일 뿐이다. 이럴 때 필요한 공감 반응은 “어머니가 길게 이야기하시면서 훈계를 해서 당신 속이 많이 상했겠네(아내의 감정 반영). 내가 우리 어머니 대신 사과할께. 나도 그 마음 알아요.”라는 대화다. 남편의 공감에 아내는 마음이 풀릴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아내가 “당신 오늘 예고도 없이 늦어서 밤늦게까지 기다리기 힘들었어”라고 말할 때 남편이 “내가 늦게 오면 자지 왜 그렇게 나를 기다려. 다음에는 그렇게 하지 마”라는 대응은 문제 해결식 접근이다. 남편이 “내가 늦게 집에 들어와 당신이 걱정하고, 나에게 화도 났겠네(아내의 감정 반영). 경황이 없어서 전화를 못해 미안해(내 감정). 다음에 늦을 때는 꼭 전화할께(문제 해결)”라고 말하면 공감이다.  남편이 먼저 공감해 주고, 미안한 감정을 표현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면 아내의 마음은 풀어진다.

남편은 자신이 실수했거나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 “미안해”라고 말하곤 공감반응을 보였다고 착각한다. “미안해”라는 말은 남편의 감정이지 공감 반응은 아니다. 아내는 “그 놈의 미안하다는 소리는 그만해요!”라고 반응하기 일쑤다.

남편이 아내의 속상한 마음을 풀어주는 비결은 1)아내의 마음을 알아주는 공감 반응을 먼저 하기 (당신 많이 힘들었구나, 매우 속상했네, 걱정을 많이 했네! ) 2)자신의 실수를 요약하고 감정을 표현하기 (내가 전화를 못 해 주어서 미안해) 3) 문제 해결책 제시하기 (다음부터 내가 늦으면 꼭 전화하도록 할께. ) 이같은  순서로 아내의 감정을 다루어준다면 아내는 남편에게 대한 불만을 풀고 부부 관계가 회복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다른 여자에겐 친절하고 나에게는 관심도 없어!”

부부 모임이나 동창회 모임에 다녀온 뒤 아내가 남편에게 당신은 다른 여자들에게는 그렇게 칭찬도 잘하고, 감정도 잘 표현하면서, 왜 나에게는 그렇게 못해! 다른 여자에게 친절한 행동 나에게 반만이라도 해 봐!”라고 탓하는 때가 있다.

이때 남편은 당황해서 변명하거나 또는 순발력 있게 "당신이 소중하다"고 말하면서 무마하려고 하기 일쑤다.  아내의 가장 많은 불평 중 하나는 남편이 결혼 전 관심을 사려고 꽃도 사주고 팔짱을 끼거나 손을 많이 잡아 주었는데 결혼 이후엔 산책할 때도 따로 떨어져서 걷거나 손을 잡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을 다른 여자보다 소중하게 여긴다는 말과 행동을 듣고 보고 싶어한다. 이 경우 남편은 사랑하지만 쑥스러워 표현하지 못했다고 변명을 하기 일쑤다. 아내는 남편이 다른 여자에겐 칭찬도 잘하고 감정도 잘 표현하기에 남편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다.

아내에게 감정이 메마른 남편은  아내와의 연애시절을 생각하거나 아내를 처음 만난 여성이라고 가정한다면 자연스럽게 칭찬도 하고 관심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 아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려면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루에 5번 이상 해보길 권한다. 부부 관계가 개선되고 행복해지는 효과를 당장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부부는 행복하기 위해 결혼했기에 당연히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 또 행복해야 한다. 부부 관계가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면 ‘나는 부부 관계에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위해서 관계를 맺고 사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봐야 한다. 만일 상대방의 생각을 바꿔서 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면 잘못된 설계다. 상대방을 바꾸려면 나 먼저 바뀌어야 그 연쇄 반응으로 상대방도 바뀌는 것이 인간 관계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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