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폐경시기와 알츠하이머병 관련성 높아
여성은 남성보다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더 높다. 이와 관련 여성의 폐경 시기가 빠르거나 폐경 후 5년이 지나 호르몬 대체요법을 늦게 받게 될 경우 그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의학협회저널 신경학(JAMA Neurology)》발표된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질리언 코플란 박사는 “여성의 성별, 이른 폐경 연령, 호르몬 요법 사용 지연이 모두 뇌의 타우 단백질 수치를 높이는 것과 관련 있음이 밝혀졌다."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은 뇌에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Aβ) 축적과 타우 단백질의 엉킴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는 ”뇌의 타우 수치가 높으면 일반적으로 향후 몇 년 동안 인지 저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발견이 다른 연구로 재확인된다면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193명의 여성과 99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을 실시해 뇌의 7개 영역에서 Aβ와 타우의 수치를 조사했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타우 수치가 높았으며, 특히 Aβ수치가 높을수록 타우 수치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폐경기에 접어든 40~45세 여성은 PET검사에서 타우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폐경기가 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번 연구에서 타우 수치는 기억중추에 가깝고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에 관여하는 뇌 영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너무 늦은 호르몬 대체요법, 인지기능 떨어뜨릴 수도
조기 폐경은 최대 여성의 10%에서만 발생한다. 코플란 박사는 “다른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도출되면 이들 여성은 알츠하이머병 위험 그룹으로 간주되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폐경 이후 5년 이상이 흐른 뒤 대체 호르몬치료를 받기 시작한 여성의 뇌에서 타우 수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반면 폐경이 시작된 후 5년 안에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은 여성은 타우 수치가 높지 않았다.
호르몬 대체 요법은 뇌졸중과 유방암 및 난소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밝혀진 2002년 이후 한동안 중단됐다. 현재는 안면홍조나 식은땀과 같은 심각한 폐경기 증상이 있는 일부 여성에게는 호르몬 요법을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코플란 박사는 “호르몬 대체 요법은 폐경이 시작되고 몇 년 뒤에 시작하는 경우에만 장기적인 인지 기능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책임자인 하버드대 의대의 레이첼 버클리 교수(신경과)는 “우리 데이터는 폐경 후 여성에게 호르몬 요법을 오래 지연시킨 후 투여하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며 “호르몬 대체 요법이 단기간에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 치료 여부는 의사와 상담 하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폐경 후 호르몬대체요법은 폐경 전환기에 받으면 타우 엉킴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여성건강연구센터 소장 겸 알츠하이머병연구센터 부소장인 케잘 칸타르치 박사는 "폐경 전환기에 일찍 시작한 호르몬 요법은 안전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