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증, 뇌 회로 이상으로 발생?
습관적 행동 부위 활성화...섭식장애로 이어져
습관적 행동을 형성하는 뇌 부위가 과도하게 활성화하면 섭식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이언스 중재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발표된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습관적 행동은 차에 타자마자 안전벨트에 손을 뻗는 것과 같이 외부 신호에 의해 자동으로 촉발된다. 이는 전뇌의 기저 부위에 있는 기저핵(basal ganglia)의 일부인 선조체(striatum)라는 부위와 관련돼 있다. 선조체는 미상핵(caudate)과 조가비핵으로도 불리는 피각(putamen)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쥐의 뇌 피질 중 어느 부위가 선조체와 이어지는지 조사해 두 개의 영역을 확인했다. 인간의 뇌는 쥐의 뇌와 어느 정도 유사하지만 해당 영역이 인간의 뇌 어느 부위에 해당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인간 뇌 지도화를 목표로 한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에 참여한 178명의 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 데이터를 사용해 대뇌피질부터 선조체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갔다. 이를 통해 2가지 조직, 즉 감각운동 피각(sensorimotor putamen)과 연관 미상핵(associative caudate)을 찾아냈다.
습관적인 행동은 폭식증과 신경성 폭식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두 가지 장애를 가진 34명의 여성의 뇌를 검사해 감각운동 피각과 연관된 미상핵 2개 조직의 변화를 검사했다. 그 결과 섭식장애가 있는 경우 이들 영역에서 회백질 구조의 변화와 감각운동 피각의 도파민 신호에 변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식증 환자나 신경성 폭식증 환자의 경우 대뇌피질의 일부와 습관을 강화하는 감각운동 피각 사이의 연결이 건강한 대조군보다 훨씬 더 강했다. 또 전두엽 피질의 일부인 전측대상피질(ACC)과의 연결은 감소한 반면 안와전두피질 및 운동피질과 연결은 증가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스탠포드대 의대 앨런 왕 연구원은 “감각운동 피각과 연결성은 우리가 연구한 폭식 그룹과 대조군을 구별하는 주요 요인이었다”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 아이칸의대의 정신과 의사 로라 버너는 “이번 연구는 시상과 관련된 뇌 회로가 폭식 행동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을 뒷받침해준다”고 말했다.
도파민은 보상에 반응하여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 연구진은 섭식장애를 가진 사람의 뇌가 보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피각에는 다른 건강한 뇌 부위보다 도파민 수용체가 적어 보였는데 연구진은 도파민 방출이 증가하면 도파민 수용체의 민감도가 낮아지고 그 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추론했다.
연구진은 인간의 감각운동 피각과 연관 미상핵이 쥐 선조체의 습관 형성 영역과 동일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이번 연구가 습관 형성을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또 폭식증과 신경성 폭식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모색해야 함을 시사한다.
이들 질환에 대한 치료법은 저항성의 장벽에 부딪혀 왔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의 조안나 스타인글래스 교수(정신과)는 폭식증은 가장 흔한 섭식 장애이지만 "생체 행동 메커니즘 측면에서 가장 연구가 덜 됐다“고 말했다. 왕 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심부 뇌 자극이나 경두개 자기 자극과 같은 기술을 사용하여 장애와 관련된 뇌 영역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의 길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