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 '칙' 뿌리면 모든 코로나19 변이 예방·치료 가능
감염 4시간 전엔 예방효과, 감염 후 4시간 내엔 치료효과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바이러스 비강 스프레이가 오미크론 변이를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변이에 대해 예방과 치료효과를 동시에 발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네이처 커큐니케이션스》에 발표된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WebMD)’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핀란드 생명공학회사 판뎀블록이 개발 중인 TriSb92(브랜드명 코비딘)은 실험실 및 동물실험에서 BA.5, XBB, BQ.1.1같은 오미크론 변이를 포함해 모든 코로나 변이에 효과를 보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노출되기 4시간 전 스프레이로 코에 뿌려주면 코로나19 감염을 막아줬고 감염 후 4시간 내에 사용하면 치료 효과까지 보였다.
이 비강 스프레이는 사람의 면역 체계를 강화하여 보호하는 코로나19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자체를 차단하는 ‘비강 내 생물학적 마스크’ 역할을 한다고 판뎀블록은 소개했다. 돌연변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인 수용체결합도메인(RBD)을 표적으로 삼기에 모든 코로나바이러스 변이는 물론 향후 등장할 변이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논문의 제1저자로 헬싱키대 바이러스학과의 연구원이자 판뎀블록의 최고경영자(CEO)인 안나 R 메켈라는 “동물 모델에서 TriSb92는 바이러스를 직접 비활성화함으로써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및 중증 코로나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력한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설사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지 못하더라도 감염 속도를 늦추는 치료효과를 발휘한다. 이는 코와 비인두(목구멍의 윗부분) 안쪽 피부에서 초기에 복제되는 바이러스의 양을 제한하기에 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비강 스프레이는 백신에 반응하지 않거나 반응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연구책임자인 헬싱키대의 칼레 사크셀라 교수(바이러스학)는 TriSb92가 “여러 가지 이유로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보호망을 제공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의 에릭 토폴 소장(분자의학)은 “비강 백신은 한 번 뿌리면 몇 달 동안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는 반면 TriSb92는 하루에 여러 번 뿌려야 효과가 지속되는 비강 스프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둘 모두 변이에 상관없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장점을 지닌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치료법 연구의 최신 흐름은 단일클론 항체에서 ‘나노항체(nanobody)’라고 불리는 더 작은 항체 조각으로 이동하고 있다. 비용이 덜 들면서 효과는 더 지속적이기 때문이다.
이들 나노항체는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달라붙을 때 이용되는 스파이크 단백질 중에서 RBD라는 부위를 표적으로 삼는다. TriSb92는 숙주 세포의 외부구조를 이미 코로나바이러스가 달라붙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위장전술로 바이러스가 달라붙지 못하게 한다..
연구진은 TriSb92 처방을 받은 생쥐와 그렇지 않은 생쥐를 바이러스에 노출시킨 뒤 비교했다. 처방을 받은 쥐의 폐에선 SARS-CoV-2의 RNA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대조군의 생쥐 치료받지 않은 쥐에게선 풍부한 양의 RNA가 발견됐다.
바이러스 감염의 다른 증거는 코 안쪽 상피, 코 점막, 기도의 세포 보호막에 SARS-CoV-2의 RNA의 양이다. TriSb92 처방을 받은 생쥐와 대조군 생쥐에게서 폐에서 발견된 RNA 양과 비슷한 차이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또한 생쥐의 코 안쪽 상피를 SARS-CoV-2에 감염시키고 2시간 또는 4시간 후에 TriSb92를 처방한 뒤 폐를 검사했다. 그 결과 SARS-CoV-2의 RNA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감염 후보다는 감염 전에 처방했을 때 더 효과적이었다”라고 밝혔다.
메켈라 CEO는 다음 단계로 인간 대상 TriSb92의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7290-6)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