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울토마토 구토 파동...식약처, 한 달 내내 방치
1개월간 신고 '0건'?... "떠넘기기 해 놓고 어디 신고하란 말이냐" 시민들 분통
방울토마토 구토 파동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실상 한 달 가까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황이 코메디닷컴 취재 결과 밝혀졌다. 식약처가 불편 사항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부처 간 '떠넘기기'를 하는 바람에 제대로 신고할 수 없었다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다.
식약처 대변인실은 “공식 신고처인 ‘식품안전나라'(1399)를 통해 직접 신고된 (방울토마토 관련)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 이상증상 호소가 공유되기 시작한 시점은 2월 하순(20~28일)이다. 한 달여 동안 신고가 없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1399 신고 '0건'?... "신고 거부 경험에 '발표 신뢰' 어렵다" 제보
코메디닷컴의 30일자 기사에서 신고가 없었다는 식약처의 입장을 본 한 독자는 댓글을 통해 "1399나 식약처에 신고가 안들어 온 게 아니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이 독자는 댓글에서 "1399는 '가공식품 관련 신고를 받는다'며 식약처로 연락하라 했지만, 정작 식약처는 지자체에, 지자체는 보건소에, 보건소는 농산물이란 이유로 다시 식약처에 신고하라고 안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서로 미루니) 직접 신고 받은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면서 "도대체 누구한테 신고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시민들이 담당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신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이메일과 전화로 접수된 추가 제보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40대 여성 A 씨는 "29일 오후 1399에 전화하니까 판매업체를 신고할 것인지 묻고는 '해줄 것이 없다'고 말하며 신고 의사가 있는지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지난 4일 집 부근 대형마트에서 산 방울토마토 500g가량을 먹은 뒤 극심한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지금까지도 식욕 저하와 미각 왜곡, 소화기 이상, 어지럼증, 두통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
A 씨는 이어 "1399 상담원의 말투나 (해줄 것이 없다는) 응대에 크게 실망하고 허무함을 느껴 결국 신고하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장기간 심한 증상을 겪고 있는데도 식약처는 가벼운 증세라고 발표해버리니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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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후 달라지는 집계... 협의회엔 '온라인 게시글' 보고?
식약처 대변인실은 30일 코메디닷컴과 통화에서 식약처와 1399를 통해 들어온 신고가 없었고 온라인 게시글 등 사례를 별도로 수집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31일 오전 담당 부서인 식약처 식품관리총괄과에 내용 확인을 요청했으나 이날 오후까지 조금씩 답변이 바뀌기도 했다.
같은 날 정오 직전 식약처 측은 "29일 첫 보도 이전엔 사례 접수가 별로 없었으며 대변인실은 '없었다'고 알고 있다"면서 "29일 보도 이후에 늘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신고 문의인지 접수인지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
31일 오후 식품관리총괄과는 "1399에서 1월부터 3월 28일까지 10건, 29일 당시 35건의 방울토마토 섭취 후 구토 증상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전 답변과 크게 달랐다. '단순 문의 건수인지, 신고 접수까지 완료한 건수인지'를 되묻자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이에 대해 추가 회신은 받지 못했다.
◆ "식품안전나라, 식약처 권한 부족하다면 '국무총리실' 이관 고려 필요"
기자가 제보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1399에 방울토마토 관련 신고를 시도한 결과 제보한 시민들과 유사한 답변을 받았다.
접수 담당자는 상황을 들은 뒤 "판매처 점검을 위한 식품위생법상 행정조치를 위한 공익 신고"라고 안내하며 재차 신고 의사를 물었다. 이어 "(식약처는) 식품위생법상의 조사를 하다 보니 선물(자연산물, 농·축·수산물 등)은 근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조사나 처벌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신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 부처와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식품안전나라 온라인 안내 등을 종합하면 농·축·수산물 관련 부정·불량식품의 신고 접수를 담당하는 곳은 '1399 식품안전나라'다.
부처 간의 원활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가공품이 아닌 농수산물 관련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식품안전나라를 관할하는 식약처의 권한에 한계가 있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식품안전나라와 같은 일원화 시스템에 대한 여러 부처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 이 시스템을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식품은 여러 분야에 걸쳐있어 정부의 식품안전위원회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소비자가 복잡하지 않게, 단순하고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는 '통합 식품안전망'을 완성해야 한다"면서 "이런 목적에서 '식품안전나라'라는 좋은 기관을 마련해놓고 일반 소비자가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요인이 있다면 관료들이 열심히 일한 노력도 의미가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 코메디닷컴은 이번 방울토마토 구토 사태와 관련해 식약처 또는 식품안전나라(1399)의 신고 거부 경험이 있으신 독자분들의 제보를 계속 받습니다. jh@kormedi.com으로 연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예: 식약처 또는 1399가 농산물 혹은 가공식품이 아니란 사유로 지자체나 보건소로 신고하라고 권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