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과 허리가 계속 아프다면...혹시 혈액암?
30일은 세계 골수종의 날...3대 혈액암
나이가 들면서 허리와 등, 목이 계속 아프고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는다. 정형외과나 통증클리닉을 다녀도 별 소용이 없고 x-ray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 게다가 특별한 일이 없는데도 압박골절 등 의외의 골절에 시달리기도 한다. 비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서도 원인을 찾기 힘들다. 이런 경우는 다발성골수종을 의심해봐야 한다. 정형외과가 아닌 혈액내과를 찾아가야 한다.
30일은 ‘세계 골수종의 날(International Myeloma Day)’이다. 다발골수종은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질환이다. 비정상 형질세포가 골수를 침범하면서 뼈와 신장을 손상하고 백혈구, 적혈구 등의 수치를 낮춘다. 환자의 감염이나 출혈 위험이 커진다.
백혈병, 림프종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구분되는 다발골수종은 나이가 들수록 걸리기 쉽다. 2020년 국가암정보센터 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다발골수종 유병률은 10.7명으로 전체 암의 0.6%를 차지한다. 젊은 나이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40대부터 발생률이 늘어 7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선, 농약, 벤젠 등 화학물질과 유전 등이 원인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발골수종은 뼈 약화 및 통증, 골절 등이어서 환자가 암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 허리나 갈비뼈, 고관절 부위에서 통증이 발생하며 골절로 이어진다. 빈혈, 신장 기능 이상, 고칼슘혈증(칼슘이 뼈에 저장되지 않고 피로 유입되는 질환) 등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척추가 주저앉는 압박골절은 다발골수종의 증상일 수 있다. 대부분 단순한 외상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런 경우 혈액내과가 아닌 진료과에서는 척추 골절에 대한 검사, 치료만 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발골수종은 적절한 치료 없이 방치하면 증상이 심해져 척추, 팔, 다리 등 전신에 골절이 생길 수도 있다. 만성 신부전으로 이어져 투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혈액종양내과 김대식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초기에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 검진으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비정상적인 골절이 생기거나 뼈 통증 등이 지속된다면 혈액내과를 찾아 정확한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 치료는 면역항암치료가 기본이다. 기존에는 세포독성항암제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여러 가지 표적치료제(한 가지 원인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 면역항암치료제를 조합해 치료한다.
자가모혈모세포이식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고용량의 항암제 투여로 손상된 골수를 위해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사전에 빼 놓았다가 이식하는 방법이다. 조혈모세포는 뼈 안에 있는 골수에서 만들어지는 세포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여러 혈액세포를 생성한다. 환자의 나이와 상태 등을 고려해 가능한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쓸 수 있는 치료법이다.
다발골수종에 대한 최신 치료법도 활발히 나오고 있다. 다발골수종은 복잡한 발생 기전이 있어 표적치료제로 완치를 기대하긴 어렵다. 종양의 진행에 따라 다양한 돌연변이가 생겨 약물에 대한 저항성이 생길 수도 있다. CAR-T( 암세포의 특이적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발현시키는 유전정보를 조합하여 만든 면역세포치료) 항암제 국내에서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다.
김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치료가 쉽지 않지만 새로운 치료법들이 빠른 속도로 개발되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면서 “2021년 CAR-T 세포치료제인 ‘킴리아’가 허가를 받아 악성림프종과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자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다발골수종 CAR-T 세포치료제인 ‘카빅티’가 허가를 받아 재발성,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