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탓!”....배우자 탓하는 이의 최후는?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이혼 부르는, 책임 전가

부부가 진정한 애정과 정서적 친밀감을 기반으로 관계를 성숙시키지 못하면 이혼 위기를 맞을 확률이 높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누구나 결혼할 때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알콩달콩 행복하게 지낼 것으로 믿는다. 결혼할 땐 남녀 모두 외모에도 신경을 쓰고 애정을 쌓아가는데, 이러한 열정적 사랑의 유통 기간은 약 6개월이라고 한다. 부부가 진정한 애정과 정서적인 친밀감을 바탕 삼아 둘의 관계를 성숙시키지 못하면, 언젠가는 이혼 위기를 맞는다.

결혼과 부부 문제 연구의 대가인 존 가트만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부분 ‘성격 차(性格 差)’도 ‘성 격차(性 隔差)’도 아니고, 서로의 태도와 말 때문이다. 배우자를 비난하고 멸시하는 말이 사이를 갈라놓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이 의외로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책임감이다. 알게모르게 책임을 배우자에게 떠넘기는 것 역시 이혼의 중요한 원인이다.

책임감의 사전적 의미는 1)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2)어떤 일에 관련돼 그 결과에 대해서 지는 의무나 부담 또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전통적으로 남편의 책임은 돈을 벌어오고 아내와 자녀를 보호하며 어려운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지탱하는 것 등이다. 아내는 가사를 돌보고 자녀를 양육하고, 남편의 직장활동에 도움 주는 것이었다.

지금은 전통적 책임의 경계가 허물어졌지만, 어느 가정이나 각자의 책임이 있기 마련이다. 배우자가 각자 책임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면 결혼 생활은 파탄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필자가 상담한 부부들 가운데엔 성(性) 문제보다는 생활의 사소한 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자에게 떠넘기며 갈등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자녀가 성적이 떨어지거나 저조하면 배우자 탓, 일이 잘 안 풀려도 상대방 탓,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배우자 탓, 심지어는 가정에서 행복감이 적은 것도 배우자 탓을 했다.

결혼생활은 상호적인 인간관계다. 문제를 일으킨 사람도 문제이지만, 그 문제에 대해 서툴게 대응하는 사람도 문제일 수 있다. 부부 문제는 서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과관계로 연결돼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일방적으로 상대방 탓을 하는 것은 악순환을 불러오고, 이 과정에서 비난과 책임전가의 강도는 깊어지며 골은 더 크고 깊어져 파탄으로 이어지곤 한다.

책임 떠넘기는 남녀의 특징

성경에선 아담과 이브가 사탄을 상징하는 뱀의 꾐에 넘어가 하나님이 금한 선악과를 따 먹는다.

하나님이 어떻게 된 것인가 하고 이브에게 물으니까, 선악과를 따 먹은 이브는 뱀이 선악과를 따먹으라고 했다고 뱀 탓을 하고, 아담은 아내인 이브가 선악과를 줘서 먹었다며 이브 탓을 한 기록이 나온다. 따지고 보면 뱀이나 이브가 위협하면서 따먹으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선악과 먹기를 제안하거나 유혹은 했지만, 결국 자신이 결정해서 따 먹었다.

하나님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추궁하자 인간은 상대방 탓을 했고, 이토록 무책임한 태도 때문에 하나님과 영적으로 갈라져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이다. 인류는 왜 자신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전가하려고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이 한 행동으로 인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해야 자신을 보고하고 방어할 수 있다는 역기능적인 믿음 때문이다.

떠넘기는 사람들의 유형

▲완벽주의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 자신에게 치명적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자로부터 자신의 결점을 지적당하면 비현실적인 완벽한 자신의 이미지를 방어하려고 남 탓을 한다. 현실은 아무도 완벽하지 않다. 모두가 실수하면서 산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은 가정생활에서 실수하면 인정하고 다음에 고치면 된다고 여긴다. 완벽주의적인 배우자는 실제로 내면적으로는 불안이 많고, 남을 항상 의식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방어적인 사람: 상대방에게 자신의 문제를 지적당하면 자신을 보호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자신을 가장 쉽게 보호하는 방법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즉, 실수하고 결점이 있는 나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실수할 일이 많다. 실수했으면 인정하고 다음에 잘하면 된다.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하려는 사람: 어떤 이는 자신의 언행이 들통나서 비난이나 처벌을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잔머리를 굴려 자신의 행동을 상대방의 행동으로 떠넘기는 거짓말을 하면서 책임감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거짓말이나 책임전가는 모두 행동 부정적인 결과를 회피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한다. 외도나 도박이나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면, 최선의 대책은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 고통의 결과를 감내하는 것이 자존감 강한 사람의 보통 태도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고통을 경험해야, 그 고통 때문에 행동을 수정하거나 억제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자기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자존감이 낮은 배우자: 정체성이 부족한 배우자는 삶에 대한 주인 의식이 없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자존감이 약한 배우자는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남들에게서 거절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삶을 살아야 한다.

책임 전가로 인한 갈등 줄이는 방법

▲”나는 내 삶의 주인공”: 자신의 실수를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행동은 사막에서 타조가 궁지에 몰렸을 때 모래에 자기 머리를 감추고 몸 전체를 감추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실수는 다른 사람도 이미 다 보고 있고, 알고 있는 현실이다. 실수를 감추려고 하지 말고 솔직하게 시인하고 살고 자신의 실수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감내하는 용기를 가지자. 이를 위해 사소한 것에서부터 “내 책임”이라고 말하는 습관을 들인다.

▲”미안해요” 말하기: 실수한 행동을 시인하고 사과하고 미안하다고 하는 것은 약자가 하는 행동이 아니고, 성숙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렇게 해야 상대방도 자신의 실수를 개방하면서 관계가 좋아진다.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인간의 삶의 목적은 성숙하는 과정에 있기에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고 내일도 있다. 오늘 실수해도 내일 잘하면 된다. 지금의 실수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간 과거의 생각에 집중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되새김질을 하면, 우울증에 걸리고, 현재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에 집중하면 불안을 느끼게 되어 있다. 오늘 하루에 충실하고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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