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기준 강화, 저소득층에 더 이로워
미국인 7300만 명 초미세먼지 노출과 사망률 연관성 조사결과
대기오염 기준 강화가 저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안겨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최근 보도한 내용이다.
하버드대 T H 챈 공중보건대학원 연구진은 2000~2016년 65세 이상 7300만 명의 미국인의 의료진료 데이터를 분석했다. 특히 인종적 정체성(흑인 대 백인)과 소득 수준(메디케이드 적격자 대 비적격자)에 따라 연간 초미세먼지(PM2.5) 노출과 사망률 간의 연관성을 추정했다. 메디케이드는 소득이 빈곤선의 65% 이하인 극빈층에게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공동으로 의료비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다. 연구진은 메디케이드 수혜 자격이 있는 경우를 저소득, 그렇지 않은 경우를 고소득으로 분류했다.
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μm) 이하의 입자로 이뤄진 초미세먼지를 말한다.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에 숨을 들이마실 때 인체의 일반적인 방어 기능을 통과하게 된다. 숨을 내쉴 때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폐에 걸리거나 혈류로 들어갈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눈, 코, 목, 폐를 자극하여 기침, 재채기 또는 호흡 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에 노출되면 비만, 암, 뇌졸중, 심장 질환, 천식, 우울증, 불안, 심지어 조기 사망과 같은 건강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PM2.5을 포함한 미세먼지에 장기적으로 노출돼 사망한 사람이 2019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400만 명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깨끗한 공기의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지만 PM2.5 기준수치가 낮아지면 흑인과 저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1월 PM2.5에 의한 대기오염의 기준을 현재의 입방미터 당 12μm에서 입방미터 당 9~10μm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하버드대의 프란체스카 도미니치 교수(생물통계학)는 그 기준을 8μm로 낮추면 미국의 전체 사망률이 4%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메디케이드 비적격인 고소득 흑인의 사망률은 7% 낮아지고, 저소득 흑인의 사망률은 6%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도미니치 교수는 “소외된 지역사회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사망률 감소율을 두 배로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이러한 차이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혀내지는 못했다. 도미니치 교수는 “생물학적 차이보다는 차별과 사회적 배제로 이어지는 사회구조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선행연구에 따르면 소득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과거 인종에 따른 주거지역 분리정책으로 인해 흑인은 대기오염에 더 많이 노출되는 지역에 사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흑인 미국인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건강 문제 발생률이 높으며 더 높은 수준의 오염 물질을 흡입한다. 도미니치 교수는 “미국에는 환경 불평등에 대한 엄청난 증거가 있으며, 더 엄격한 오염 기준을 적용하면 더 많은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sa2300523?query=featured_home)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