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용 내역보고 의무화 논란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가 병의원에서 검사나 치료를 받으면 진료비를 내야 한다. 진료비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 급여진료, 환자가 모든 금액을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진료로 나눌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어떠한 검사나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할까?  치료나 검사 중에서 의학적으로 타당하고 비용보다 혜택이 더 높다고 인정되는 항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치료에 도움은 되지만 건강보험재정에 부담을 많이 주는 경우(전액본인부담급여)와 단순한 피로, 사마귀나 여드름, 탈모, 발기부전, 성형수술과 같이 치료가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환자가 원하는 경우(비보험급여)는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전액본인부담급여와 비보험급여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예를 들어 전액본인부담급여인 경우 진찰료 및 약국에서 약을 조제할 때 지불하는 조제료는 건강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의료실손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면 지출한 의료비를 환급받을 수 있다. 비보험급여의 경우 진찰료는 물론 약국 조제료도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 의료실손보험에 가입되어 있더라도 의료비를 환급받지 못한다.

임의비급여라는 것도 있다. 임의비급여란 보험급여가 되는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의사 혹은 병원이 임의로 비급여로 지정하고 검사 및 치료비 전액을 환자에게 받는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불법 행위다. 이러한 임의비급여의 경우 진찰료나 조제료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실손보험에서 의료비 환급을 받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병원의 크기에 따라 유사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급여진료비는 거의 같다. 비급여진료비는 각 병원마다 천차만별이기에 병의원에 따라 총진료비가 다르게 된다.

최근 복지부 통계를 보면 연간 비급여 진료비 추정총액은 2010년 8조 1000억원에서 2021년 17조 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2021년 기준 급여진료비용의 환자부담금인 22조 1000억원의 80%에 육박하고 있다.

비급여진료비 급증을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는 급여진료항목을 늘리고 예비급여라는 명목으로 많은 부분을 급여화했지만 비급여진료비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비급여진료비가 늘면 늘수록 국민들이 부담하는 의료비도 커지고 동시에 실손보험청구액도 급격하게 늘어 보험사는 실손보험료를 크게 올리고 있다.

비급여진료비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정부는 2020년부터 기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해 비급여진료항목과 금액을 정부에 제공하도록 강제했다. 서울시의사회, 서울시치과의사회, 서울시 한의사회는 비급여진료비 항목과 비용을 공개하는 제도는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를 환자의 동의 없이 공개하는 것으로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급여 항목은 일종의 영업비밀로서 공개 여부 및 방법 등은 의사가 자유롭게 결정할 사항으로 이를 국가에 보고하는 것은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용을 책정한 의료기관과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 모두 동일하게 보고 의무를 부담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비급여 보고의무조항은 과도한 비급여 진료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의료기관을 감독하고, 수집된 정보를 공개자료로 활용하여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을 보장하며,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여 건강보험 급여확대를 통해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감소시키는 등 궁극적으로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국가가 적극적으로 비급여 관리를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를 위하여 환자를 특정할 수 없는 개인정보가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진료내역을 보고하도록 하여 비급여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고 하였다.

헌재는 이어 의료기관의 보고 의무가 연 2회에 불과해 제약받는 사익의 정도가 크지 않고 비급여 진료현황조사를 통하여 건강보험확대 등 국민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익은 사익에 비하여 매우 중대하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었다고 하면서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헌재 2023.2.23. 2021헌마374, 2021헌마743, 2021헌마1043 결정)

합헌 결정은 났지만 재판관 4인은 보고의무조항은 환자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하여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전혀 규정하지 않아 법률과 원칙에 반한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수가가 매우 낮게 책정되어 있어 많은 중소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진료로 이를 메꾸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통제되지 않은 비급여 진료비용 증가로 인하여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 진료에 필요한 것은 급여화하고 동시에 불필요하거나 안전성과 유효성이 명확하지 않은 검사나 치료들은 비급여가 아니라 불법화하면서 동시에 급여진료비도 적정 수준으로 올리는 등 전체적인 의료 시스템을 개혁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에디터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