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며 걷기 힘들어" 55세부터 멀티태스킹 능력 ↓
여러 작업이 한정된 뇌 자원 공유...개인차 존재
동시에 두 가지 이상 작업을 수행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은 55세 이후 감소하기 시작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페인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최신 연구 내용이다. 노년기로 접어드는 나이인 65세보다 10년 젊은 나이부터 걸으며 말하는 일이 이전보다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
간혹 20,30대 중에도 걸으며 말하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신체적인 문제다. 운동을 하고 체력을 기르면 향상된다.
반면, 5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멀티태스킹 저하는 체력 문제만이 아니다. 연구팀은 뇌 기능의 변화로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보행 및 인지기능 평가를 받은 640명 포함,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험참가자는 모두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보행 가능한 40~64세 성인이다. 이들은 조용한 환경에서 대화 없이 걸을 때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걸음 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연구팀이 걷기와 암산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요청하자, 60대 중반부터 미묘하지만 유의미한 걸음걸이의 변화가 관찰됐다.
듀얼태스킹을 하려면 인지기능을 위한 뇌 자원이 소비된다. 이번 연구에서 54세까지는 나이에 비례해 자원 소비량이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55세를 기점으로 듀얼태스킹 시 더 많은 자원이 소비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많은 자원을 쓰면 그 만큼 정보 처리 속도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말없이 조용히 걷는 것보다 말을 하거나 암산을 하며 걷는 행위가 더 어려운 이유는 뇌에 한정된 공유 자원을 두 가지 작업이 경쟁하며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걸음을 제어하는 시스템에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즉, 운동 제어 시스템의 스트레스를 조절하면서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적절하게 수행하는 능력이 나이가 들면 감소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운전이 과거보다 미숙해지는 것도 뇌 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운전을 하면서 동시에 표지판을 읽고 결정을 내리는 멀티태스킹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55세 이후 연령에서 모두 동일한 뇌 노화 속도를 보인 건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 60세 이상이지만 50세 이하보다 나은 멀티태스킹 능력을 보인 참가자들도 있었다. 연구팀은 일부 사람들은 노화에 보다 강력한 저항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의학저널 《란셋 건강 장수(Lancet Healthy Longevity)》 온라인판 3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