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식이' 이용식, 실명 부른 '이 병'... 극복 가능해진다?
망막혈관폐쇄, 급격한 실명 유발... 새 치료제 개발 중
과거 '뽀식이'로 불리던 유명 개그맨 이용식 씨가 3년 전 '실명' 사실을 공개해 대중의 안타까움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 씨는 오른쪽 눈에 '망막혈관폐쇄질환'이 갑작스럽게 발병해 미처 손 쓸 틈도 없이 시력을 잃었다.
◆전조증상·치료제無... 첫 '2시간' 놓치면 실명
이 질환은 망막에 있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50~70대에서 주로 발생하며,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이다.
처음 발병 시 별다른 통증도 없이 먹구름이 낀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진다. 2시간 이내에 응급처치를 받지 않으면 대부분 실명으로 이어진다. 전조 증상이 거의 없는 점도 특징이다.
망막혈관폐쇄질환은 결국 실명으로 이어지는 데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자주 쓰이는 안구 마사지나 전방천자(주사기를 통해 검은자에 구멍을 만들고 안구내 물을 소량 빼줌)는 효과가 미미하다. 질환의 원인인 망막 내 혈전을 제거하는 '혈전 용해술'이 있긴 하지만 합병증 위험이 있어 보편적으로 활용하긴 어렵다.
◆'빛에 반응하는 혈관확장제' 개발... '고효율' 치료 가능
최근 국내에서 이 질환이 실명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의생명연구소 중개의과학연구단)와 UNIST(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조재흥 교수, KAIST(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백무현 교수팀의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빛에 반응하는 특성을 가진 '철-일산화질소(나이트로실) 복합체' 기반의 치료제를 개발했다. 치료제의 특성을 이용해 눈에 주입해 빛을 조절해 비추면 원하는 시간 만큼, 원하는 위치에 맞춰 혈관과 혈류(피의 흐름)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는 일산화질소가 공급된다.
기존의 일산화질소만을 이용한 치료제 연구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일산화질소는 혈관을 확장시켜 피의 흐름을 활발하게 한다. 따라서 망막의 막힌 핏줄의 기능을 회복해 실명 진행을 막고 시력 개선도 가능하다.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구조여서 자연적으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목표에 맞춰 치료하긴 어려웠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새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했다. 망막 혈관이 폐쇄된 소동물 모델의 눈에 치료제를 주입하고 망막에 빛을 비췄다. 그 결과 15분 이내에 망막 혈관 직경이 약 1.59배 증가했고, 막혔던 혈관 부위(비관류 영역)의 85% 이상이 회복해 혈액의 흐름도 복구됐다.
이준엽 교수는 "새 치료제는 빛을 이용해 치료 효과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구에만 국소적으로 치료제를 투약하기에 전신 부작용 우려 없이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향후 임상에도 적용 가능한 치료 전략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성기반라이프케어연구센터사업,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의사과학자와 기초과학자가 함께 공동 융합연구를 진행했다. 논문은 유명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셀(Cell)의 자매지 '켐(Chem, 피인용지수 25.832)'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