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약 복용, 왜 간 망치나? 면역반응이 '관건'
무분별한 약물 복용 시 특정 면역세포가 반응하면서 독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인성 간 손상’으로도 불리는 독성 간염은 약물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을 임의로 복용했을 때 나타난다. 간이 약물을 해독할 때 독성 물질이 나와 간 수치가 급격히 오르고, 간 기능이 손상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식욕부진, 오심, 구토, 피로감 등이다.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양현 교수·배시현 교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 교수 연구팀은 2017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약물 복용으로 간 수치가 오르거나 기능이 떨어진 53명을 대상으로 간을 자극하는 면역세포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팀은 간 조직을 분석해 독성 간염이 단순히 독성 물질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대사물질에 대해 특정한 면역세포가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독성 간염 발병에 관계있는 면역세포는 ▲CD8 양성 T세포와 ▲단핵 식세포로 나타났다. 독성 간염 환자들의 간에는 정상인과 달리 두 면역세포가 많았는데, 이는 간 손상 정도와 관계있다. 두 세포는 사이토카인(면역 체계를 제어하는 작은 단백질)을 분비하는데, 사이토카인이 많을수록 간 손상이 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CD8 양성 T세포는 세포독성 T세포라고도 불리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단핵 식세포는 몸에 침입한 병원체(세균, 바이러스 등)와 독성 물질을 제거하거나 T세포에게 전달한다.
연구팀은 스테로이드가 독성 간염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총 53명 연구 대상 환자 중 50명(94.3%)은 독성 간염이 완치됐는데, 이들을 추적한 결과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7명(69.8%)이었다. 이 환자들은 최소 7일에서 최장 107일까지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고 투여를 중단한 뒤에도 재발은 없었다.
양 교수는 “약물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성 간염 환자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는 스테로이드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활성화된 CD8+T 세포 및 단핵 식세포의 간 내 침투와 약물 유도 간 손상의 연관성’이라는 제목으로 면역학 분야 권위있는 학술지 ‘Frontiers in Immun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