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못 참아” 중년 이혼 증가.. 언제 갈라서나?
“애 때문에 참고 살아?” vs “더이상 못 참아”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중년·황혼 이혼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이상 혼인 생활 후 헤어지는 황혼 이혼은 지난해 1만 5700여 건으로 10년 전(8600여 건)과 비교해 80% 이상 급증했다. 20~25년 혼인 기간인 부부의 이혼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체 이혼 건수 중 혼인 기간 30년 이상은 16.8%, 10~14년은 14.8%를 차지했다. 0~4년이 18.6%로 비중이 가장 컸고 다음이 5~9년(18%)이었다. 결혼 초기 못지않게 상당 기간 ‘참고 살아온’ 중년 부부의 이혼이 꾸준히 늘고 있어 세태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여자의 나이별 이혼율... 40대 초반·후반 가장 높아
평균 이혼 나이는 남자 49.9세, 여자 46.6세로 나타났다. 여자의 나이별 이혼율은 40대 초반이 1천 명당 7.6건으로 가장 높았다. 모두 1만 5천여 건으로 전체의 15.9%를 차지했다. 이어 40대 후반(1만 4천 건, 15.4%), 60세 이상(1만 3천 건, 14.4%) 순이었다. 평균 재혼 나이는 남자 51.0세, 여자 46.8세로 10년 전에 비해 남자는 4.4세, 여자는 4.5세 각각 상승했다.
◆ 이혼 부부 혼인 기간 17년... 미성년 자녀 있는 부부의 이혼 41.7%
이혼 부부의 평균 혼인 지속기간은 17.0년으로 10년 전 대비 3.3년 증가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은 3만 9천 건으로 전체 이혼의 41.7%였다. 미성년 자녀가 1명인 이혼 부부의 구성비는 22.1%, 2명은 16.3%, 3명 이상은 3.3%였다. 미성년 자녀가 없는 이혼 부부의 구성비는 54.9%로 10년 전 대비 7.9%p 늘어났다. 협의이혼은 7만 2천 건, 재판이혼은 2만 1천 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8.9%, 6.2% 감소했다.
◆ “애 때문에 참고 살아?” vs “더이상 못 참아”
일부 중년 부부는 이혼 위기를 겪을 때마다 “애 때문에 참고 산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민감한 청소년기에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상처가 될까봐 망설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부의 이혼이 전체 이혼의 41.7%일 정도로 세태가 바뀌고 있다. 여자의 이혼율이 40대 초반·후반에 가장 높다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애를 핑계로 꾹 참고 살기 보다는 차라리 갈라서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 갱년기에 많은 이혼... 남녀 모두 극심한 갱년기 증상 겪는 경우
중년 부부의 이혼은 갱년기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 분노감 상승, 짜증 등 감정 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우울감이 찾아온다. 하지만 여성에 비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스스로 갱년기 증상임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성은 증상이 더 심하다. 특히 감정 장애, 불면증 등으로 인해 우울감을 넘어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우울증은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 반드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항우울제를 먹어야 치료할 수 있다.
부부의 이혼 사유는 다양하다. ‘이번에 꼭 해야 하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부부로 인해 자녀들이 상처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60세 이상 여성 1만 3천 명도 지난해 이혼을 선택했다. 이른바 황혼 이혼이다. ‘중년 이혼’과 ‘황혼 이혼’을 딱 잘라 규정할 순 없다. 그 의미도 크게 다르다. 혼인 관계를 끝낸 후 후회하지 않는 이혼이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