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30년 전문가, "핵심은 '잘 먹는 것'"
[닥터뷰]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
“다이어트의 초점을 ‘체중 감량’에 두는 것이 맞을까요?”
세상에는 수많은 다이어트가 있다. 연예인들의 비법은 물론 각종 보조제 선전이 넘친다. 강조하는 문구는 비슷하다. 며칠 동안 몇 kg이 빠졌냐는 것이다.
30년 넘게 다이어트를 연구한 비만 전문가인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의 해법은 달랐다. 다이어트 핵심은 ‘건강하게 잘 먹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잘 먹어야 다이어트의 궁극적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수십 년 간의 비만 임상경험과 직접 겪은 다이어트 경험을 기반으로 건강한 다이어트 법을 전파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코메디닷컴의 전문의 인터뷰 코너인 ‘닥터뷰’는 박 교수에게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 등 인기 있는 다이어트 법은 물론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다이어트 약 등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보았다. 과연 건강한 다이어트란 무엇일까?
◆ “다이어트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지가 핵심”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많은 다이어터들이 탄수화물을 적으로 여기고 있다. 실제 최근 10년 간 국민들이 탄수화물로 얻는 열량의 비중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2년 64.9%에서 2021년 59.4%로 떨어졌다.
그러나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장기간 지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나친 과체중일 경우 단기간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하면 효율적으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지만, 탄수화물을 다시 섭취하는 순간 체중이 다시 원상복귀되는 ‘요요 현상’도 겪기 쉽다. 궁극적으로 몸을 건강하게 가꾸려면 오랜 기간 실천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식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탄수화물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에서는 이를 (완전히) 끊는 건 사실상 어렵습니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체중 감량에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섭취량을 늘리면 체중은 다시 늘어납니다.”라고 말했다.
탄수화물은 단백질, 지방과 함께 3대 영양소 중 하나로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신체는 물론 두뇌의 활동에도 필수다.
설탕, 밀가루 등 나쁜 탄수화물을 과하게 먹는 경우뿐만 아니라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해도 인슐린 저항성이 생길 수 있다. 인슐린 저항성은 지방간, 복부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뿌리다.
“무엇보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탄수화물은 너무 많이 먹어도, 아예 제한해도 인슐린 저항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탄수화물을 먹을 때는 현미, 통곡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비정제 탄수화물 위주로 먹는 것이 좋다. 흰쌀밥과 밀가루, 설탕, 시럽 등은 혈당을 빠른 속도로 올리는 나쁜 탄수화물은 되도록 줄여야 한다.
결국 탄수화물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탄수화물과 함께 장기간 실천 가능한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건강하게 하려면 지방도 골라 먹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탄고지를 주장하는 해외 학자들은 좋은 지방을 먹으라고 합니다. 나쁜 지방은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입니다. 특히 살이 찐 상태, 복부 지방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화지방을 줄여야 합니다. 건강한 사람은 이를 섭취해도 괜찮지만 이미 간과 복부 내장 등에 지방이 쌓인 상태라면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포화지방도 줄여야 합니다. 저탄고지를 제대로 하려면 좋은 지방을 많이 먹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포화지방이 많은 대표적인 음식은 소고기, 돼지고기, 버터 등이다. 일상에서 이러한 음식들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어렵지만, 굽거나 튀긴 육류보다는 샤브샤브, 수육 등의 메뉴를 선택해 포화지방을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올리브유, 들기름 등 식물성 기름과 등푸른생선, 견과류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좋은 지방을 의식적으로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마가린은 식물성 기름이지만 가공하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생기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 “다이어트약은 보조제...운동과 식단은 당연히 병행"
일부 다이어터들은 배고픔을 덜 느끼도록 하는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면서 살을 빼기도 한다. 식욕억제제는 일명 ‘다이어트약’이라고 불려서 얼핏 들으면 살이 빠지는 치료제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보조제’다.
박 교수도 식욕억제제가 치료제가 아닌 점을 명심하고 효과적인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용도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조제를 이용하더라도 운동을 병행하고 건강한 식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살이 쪄서 식욕억제제를 먹고 운동은 하지 않는다면 치료가 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비만을 벗어나기 위해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비만을 치료하는 약은 없습니다. 비만 치료에 도움을 주는 보조제일 뿐입니다. 주사를 맞아서 뺀 체중을 평생 유지하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아직까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약처럼 장기간 복용해도 안전한 비만치료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박 교수는 무분별한 식욕억제제 사용은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식욕억제제는 3개월 이내로 처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런 약제를 병원을 바꿔가면서 무분별하게 많이 복용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식욕억제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을 하기에 불면, 불안증 등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전문가의 감시 하에 제한된 기간 동안 복용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큽니다. 다이어트의 목적이 단순히 체중 감량인지, 건강한 몸을 가꾸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 교수는 제대로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잘 먹기’와 함께 본인의 몸에 대한 이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환이나 체질 등 본인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체중 감량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면 결국 건강과 체중 조절 모두를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다이어트를 무작정 따라하다가는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을 예시로 들면 5:2 또는 16:8 방법 등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간헐적 단식의 배경과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나에게 맞는 방법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