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비호받던 ‘영원한 화학물질’, 미국 수돗물서 퇴치?
바이든 행정부, 과불화화합물(PFAS) 함유량 기준 대폭 강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을 미국 수돗물에서 사실상 퇴출시키는 새로운 규제안을 내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식수의 PFAS 함유량을 70ppt 이하로 권고해왔다. 새로운 규제안은 PFAS 일종인 과불화옥탄산(PFOA)과 과불화옥탄술폰산(PFOS)의 권고 함유량을 각각 0.004ppt이하와 0.02ppt이하로 강화했다. 사실상 PFAS의 수중 농도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PFAS는 분해가 잘 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2020년 미국화학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약 2억 명의 미국인이 수돗물 속 PFAS에 노출돼 있다. 마이클 리건 EPA 청장은 “식수에서 PFAS에 대한 국가 표준을 수립하려는 EPA의 제안은 최첨단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것이다 ”며 “이 조치는 수만 건의 PFAS 관련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이런 오염물질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PFAS는 암, 간 손상, 불임, 갑상선 및 천식과 관련이 있다고 밝혀진 독성 물질이다. 거의 모든 미국인의 혈류에 PFAS가 잔류해 있으며, 치실부터 방수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발견된다. 이 화학물질은 야생동물에게도 위협이 된다.
이미 많은 도시와 주에서 식수 내 PFAS 함유량에 대한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50개 중에서 약 21개 주에서 이미 제한하는 법안을 채택하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미국 상수도협회에 제시된 추정치에 따르면 필터 재료 및 테스트 비용을 제외하고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는 데 최대 380억 달러(약 49조4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수의 80%를 공급하는 4300개 사업체를 대표하는 미국상수도협회(AWWA)와 대도시수도국협회(AMWA)는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공화당원과 관련 단체는 이번 조치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나친 비용을 유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중 보건 및 옹호 단체는 이러한 변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환경 단체인 천연자원보호위원회의 선임 과학자 애나 리드는 “식수에서 독성이 강한 PFAS 화학물질 6종을 규제하는 것은 우리 가족과 지역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역사적 시작”이라고 말했다.
식수 기준 강화 운동을 펼쳐온 배우 마크 러팔로는 산업계와 권력의 유착으로 인해 이번 조치가 도입되는데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오염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이제는 여러분의 이익이 아닌 공중 보건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PFAS 오염으로 황폐화된 지역사회에 전하는 메시지도 간단하다. 마침내 도움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PA는 60일 동안 이 규정에 대한 대중의 의견을 접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