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안 듣는 암, 치료길 열리나?
연세대 의대 연구팀, '암 줄기세포' 생존 원리 규명
항암제가 안 통해 재발 또는 전이된 암에 사용할 수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이 개발됐다.
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정재호·박기청 교수팀이 기존 항암제로 치료할 수 없는 암 줄기세포의 생존 원리를 밝히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선도물질을 찾았다.
우리 몸의 각 조직은 줄기세포가 있어 성장과 재생을 반복한다. 암의 1~2%도 재생 능력이 있는 '암 줄기세포'가 있다. 항암제 치료를 해도 재생하며 다른 세포로 분화돼 재발과 전이를 일으킨다.
일반 암세포는 항암제를 투여하면 종양 미세환경이 나빠져 사멸하지만, 특정 환자에선 암 줄기세포가 활성화돼 항암제에 강한 저항성을 보인다는 것. 항암요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성 암이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암세포의 생존 원리가 무엇인지 살폈다. 항암제 복용 중 재발·전이된 환자에서 채취한 암세포를 분석한 것. 그 결과, 항암제 저항성 암세포에서 암 줄기세포가 발견됐으며, 이 줄기세포에서 단백질 PMCA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점을 확인했다. 이 단백질은 칼슘이온 농도를 낮춰 암이 사멸을 피하고 생존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든다.
연구팀은 PMCA를 억제하기 위한 선도물질(candidate 13)을 개발해, 기존 표준항암제와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하는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표준항암제인 옥살리플라틴, 소라페닙에 저항성을 보여 재발·전이된 환자의 암세포를 동물 모델에 이식하고, 각 항암제를 단독 투여해 종양 크기 변화를 살폈다. 옥살리플라틴만 투여했을 땐 평균 200㎣였던 종양 크기가 20일 뒤 354.44㎣, 30일 뒤 1593.2㎣, 40일 뒤 2756.36㎣로 계속 커졌다. 소라페니브 단독 투여 결과에서도 365.26㎣, 1116.26㎣, 2998.77㎣로 커지며 항암제 저항성을 보였다.
옥살리플라틴, 소라페니브와 선도물질을 각각 함께 투여한 뒤 종양 크기를 측정하자 성장 속도가 줄어들었다. 옥살리플라틴과 선도물질 병용 투여 시에는 20일 후 254.32㎣, 30일 후 288.41㎣, 40일 후 283.44㎣로 성장 속도가 더뎠다. 소라페니브와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했을 때도 274.33㎣, 303.14㎣, 298.97㎣로 단독 투여 대비 성장 속도가 현저히 낮았다. 40일 후에는 심지어 크기가 줄어드는 변화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외에 특허를 출원하고, 항암제 개발을 위해 국내기업 베라버스와 미국 보스턴 소재 기업 CKP 테라퓨틱스에 기술을 이전했다. 향후 추가 기술 이전 및 임상 현장 상용화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BMC 의학(BMC Medicine)》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