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의대 교수들 "워라밸 만족스럽지 않아"

임상교수 직급별, 워라밸 인식 방식 달라

경력이 낮은 의사일수록 직무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JV_LJS/게티이미지뱅크]
의대 교수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직급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1980년 이후 태어난 의사들이 그 이전 출생한 의사들보다 직무 스트레스에 민감하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돼 있다. 직장, 가정, 자기개발을 모두 완벽하게 수행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쪽에 에너지를 쏟으면 다른 한쪽에 쓸 에너지는 부족해진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일과 가정 중 어느 쪽에 좀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느낄까?

연세대 의대 학술지 《의학교육논단》에 발표된 최신 논문에 의하면 의사의 73%가 일과 삶의 불균형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느끼는 원인은 직급 및 연령별로 차이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근로시간이 긴 상위 5개국에 속한다. 미국은 1987년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명칭을 도입했고, 일본은 1980년대 '가족 친화' 개념을 도입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 개념이 등장하며 일과 가정의 조화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워라밸 개념에 친숙한 세대의 의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스트레스를 더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연구를 진행한 영남대, 고신대, 부산대 연구팀은 "의료인의 번아웃은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진료의 질과 의료 오류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검사'를 통해 임상교수들의 워라밸을 평가했다. 이 검사는 일-가정 균형 8문항, 일-여가 균형 8문항, 일-성장 균형 9문항, 전반적 평가 4문항 등 총 29개 문항으로 구성된다. 이 중 전반적 평가 4문항을 제외한 25문항이 이번 연구에 활용됐다.

그 결과 일-가정 균형, 일-성장 균형은 교수 대비 조교수의 점수가 낮았다. 일-여가 균형은 부교수와 조교수가 교수보다 낮은 점수를 보였다. 직급별로 교수의 워라밸이 가장 높았다는 설명이다.

스트레스 수준도 조교수가 교수보다 높았고, 번아웃 수준은 조교수와 교수가 부교수 대비 높았다. 조교수가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가장 크게 느끼는 직급이었다.

삶에 대한 만족도는 직급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에 대한 만족도는 교수가 조교수보다 높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대해 교수의 48.3%는 '환자 진료'를 꼽았고, 부교수 52.6%와 조교수 52.5%로 '가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스트레스 원인에 대해서는 교수의 56.7%가 '진료'를 택했고, 부교수(45.1%)와 조교수(48.6%)는 '연구'를 택했다.

직급별로 워라밸 인식 방식에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연구팀은 일과 삶에 대한 기대치와 가치관 등이 다른 세대 차이에서 비롯될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1980년 이후 태어난 의사들의 직무 만족도가 그 이전 출생한 의사들보다 낮다"며 "직급별 차이는 세대 간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각 직급이 맡고 있는 역할과 책임 차이도 생각해봐야 할 점"이라고 설명했다. 건강한 직무환경을 구축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이 형성되려면 임상교수 직급별 워라밸 지원이 필요할 것이란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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