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사는 산모, 우울증 덜 걸린다
녹지공간 10% 증가할 때마다 산후우울증 위험 4%씩 줄어
녹지 공간과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도시에 살더라도 숲이나 공원 가까운 곳에 사는 엄마들이 산후우울증에 덜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학전문지 《랜싯 지역 건강-아메리카(Lancet Regional Health-America)》에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UC어바인)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9일(현지 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UC어바인의 준 우 교수(환경보건학) 연구진은 2008년~2018년 미국의 카이저 퍼머넌트 서던 캘리포니아 의료센터에서 출산한 41만5000명 이상 여성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구글의 스트리트 뷰 이미지와 위성 데이터를 포함한 다양한 자료를 이용해 이들의 거주지 주변 녹지 공간을 추정했다.
전체적으로 연구에 참여한 산모 중 약 10%가 산후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녹지가 많은 곳에 거주할수록 그 위험은 감소했다. 연구진은 지상층 높이의 녹지 공간이 10% 증가할 때마다 산후우울증 위험이 약 4%씩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구자들이 일반적인 지역 소득, 연령, 인종 및 교육 수준, 임신 관련 건강 상태 여부와 같은 다른 요인까지 감안한 결과다.
특히 나무는 보호 효과가 뛰어났지만 잔디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처에 공원이 있을 경우에도 나무와 같은 보호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의료 기록에 스스로 보고한 여성의 신체 활동 습관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운동이 연구 결과의 일부를 설명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운동이 녹지 공간과 우울증 위험 감소 사이의 연관성 중 일부를 설명해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무가 우거진 동네에 살면 그늘이 만들어지고 공기의 질이 좋아져 산책을 나가기가 훨씬 용이해 자연스럽게 신체활동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운동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지만 나무 사이에 있는 것이 마음의 위안이 될 수 있는 다른 많은 이유가 있다고 우 교수는 밝혔다. 우선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녹지 공간에서 정기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혈압, 심박수 및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낮다. 또 동네를 산책할 때 이웃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다른 사람의 개를 쓰다듬는 등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미국 워싱턴대 캐슬린 울프 교수(환경사회학)는 녹지 공간이 공중 보건의 문제라는 증거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도시의 녹지공간이 고소득 지역에 집중돼 있는 불평등 문제의 해소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은 공공재여야 한다”면서 도시 계획가와 관리자들이 녹지 공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am/article/PIIS2667-193X(23)00036-4/fulltext)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