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결국 부모의 경제력?... 가난하면 '진학~채용' 싹 다 어렵다
의대생 35%가 최상류층, 중산층 아래는 단 11%... 전공 선택·채용 땐 "부모 배경 절대적"
의사 양성과정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모님을 따라 대를 잇거나 경제·사회적 배경 덕택에 의사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 배분의 공정성 연구 -법전원 및 의전원 졸업자의 첫 일자리를 중심으로’라는 정책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의사 등 의료계와 변호사·판사 등 법조계에서 일자리의 대물림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살펴봄으로써, 청년층에 대한 고소득 전문직 배분 정책의 공정한 수준을 확인해보기 위한 목적이다.
의료 전문인력 공정성 설문에는 의대 본과 3~4학년생(159명)과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3~4학년생(43명)을 조사해, 진학 단계마다 나타나는 차이도 확인했다.
◆의대생 35%가 최상류층, 중산층 아래는 단 11%... 사회·경제적 배경, 절대적
우선 의대·의전원 진학 이유에서 의료계에 종사하는 가족이나 친척의 영향으로 진학을 결심했다는 응답은 10.4%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6.6%가 '의료계 전문직이 적성과 자질에 부합해서'라고 답했다. 뒤이어 '우수한 학업 성적(25.7%)', '사회·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지위 획득(17.8%)'순이었다.
부모의 영향력은 의사 전문인력으로 교육받고 자리잡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커졌다. 응답자의 65.3%가 전공 결정 과정에서 '부모의 배경'이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52.5%는 의사국가고시 이후 인턴·레지던트 선발 과정에서도 부모의 배경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봤다.
상위 20%의 사회·경제적 수준을 제외한 모든 계층에서 절반 이상이 전공의 선발 과정에 부모의 소득과 재산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영향을 끼친다고 인식했다. 상위 20%에서도 44.3%가 같은 인식에 동의했다.
실제로도 조사자 부모와 가족의 사회·경제적 특성은 의대와 의전원에 진학하는 과정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응답자의 가장 많은 규모인 34.7%(70명)가 본인 가족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상위 20% 이상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산층 이하라고 볼 수 있는 '상위 60% 미만'을 응답한 학생은 10.9%(22명)에 그쳐 가장 적었다. 중산층 배경인 상위 20% 미만∼40% 이상, 상위 40% 미만∼60% 이상에는 각각 26.7%(54명)와 27.7%(56명)이 답했다.
◆여성 차별·사회적 배려대상 우대, '불공정' 논란 여지
의료인력 양성과 입직 과정의 공정성을 해치는 또다른 원인으로는 성별과 배려대상 우대 채용이 꼽혔다. 여성 응답자의 무려 58.6%는 성별이 공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이는 남성의 10.9%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이다. 사회적 배려대상 채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높았다. 의대생 71.8%와 의전원생 62.9%가 이를 ‘불공정’으로 답했고, 단 29.9%만 공정하다고 답했다.
◆ "시험이 가장 중요해"... 의대생의 공정성은 능력주의?
그럼에도 의료 전문인력 양성과 입직 단계에서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었다. 의대 재학생의 82.4%, 의전원 재학생의 83.7%가 중요(매우 중요·중요한 편)하다고 답했다. 5점 척도로 점수를 매겼을 땐 평균 4.14점으로 나타났다.
향후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 가장 신뢰하는 수단으로 '의사국가고시 성적'이 꼽혔다. 의대 재학생의 47.2%가 지목했고 뒤를 이어 '학부 학점'(22.0%)과 '의사국가시험 합격 후 인턴 병원'(17.0%) 순으로 조사됐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응답자들 사이에서 공정성의 개념이 능력주의적 의미를 가질 가능성도 높다. 인턴 수련병원 역시 성적 등을 주요 요인으로 평가하기에 시험과 성적에 대한 신뢰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공인국가기관이 진행하고 성적과 석차 정보 등을 제공하는 국시가 공정하다는 인식 역시 절대적이었다. 응답자의 80.2%(매우 공정 25.2%, 공정한 편 55.0%)가 평가했고, 5점 척도 점수에서도 3.97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 전반의 인력 양성 및 입직 단계 공정성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인 3.02점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학교 소재지(서울 85.7%, 지방 78.4%)와 △성별(남성 77.0%, 여성 85.0%) △사회·경제적 수준(상위 20% 이상 84.3%, 상위 60% 미만 63.6%)별로는 일부 차이를 보였다.
논문은 "이번 조사 결과가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강하게 반응하는 'MZ세대'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국시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20~30대 의대와 의전원생의 공정성 인식이 투영한 것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