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30대 영어강사, 장기기증으로 5명에게 새 생명 선물
생전 뜻에 따른 결정 … 국내 뇌사 기증 여전히 부족
30대 영어강사가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심정지로 뇌사판정을 받은 고(故) 노연지(33)씨의 장기 기증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노씨는 지난해 12월 10일 광주의 한 실내수영장에서 프리다이빙 강습을 받던 중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저산소로 인한 뇌사 판정을 받아 같은 달 22일 장기를 기증했다.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 입원한 5명의 환자들에게 간장, 신장, 췌장 등을 이식해 새 생명을 선물했다. 생전 고인의 뜻에 따른 결정이다.
지인들은 노씨를 계획적이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 기억한다. 아이들과 동물도 좋아했다. 교재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에 영어학원으로 이직을 결정할 정도였다.
노씨의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간 딸의 일부가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가족들이 좋은 결정 내리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명의 기증은 최대 8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그 수가 매우 적다. 2022년에 완료된 장기 기증은 총 405건으로 지난 10년 중 가장 적었다. 장기 이식 대기자에 비하면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뇌사자의 장기 기증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환자실과 응급실 면회가 어려워져 뇌사자를 확인하고 기증에 동의하는 경우가 줄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