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할아버지 있다"... 불길 속 달려간 신입 소방관, 끝내 순직
3번 낙방 끝에 합격, 생일 열흘 앞 사고... 9일 김제서 영결식
"집 안에 아직 할아버지가 있다"란 말에 다시 불길로 뛰어들어 순직한 만 30세 신입 소방관의 장례식이 진행 중이다.
7일 오전 고(故) 성공일 소방사의 빈소가 전북 전주시 덕진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성 소방사은 6일 오후 9시경 전북 김제시 금산면 농가주택 화재 구조 현장에서 안타깝게 순직했다.
김제소방서 금산119안전센터 소속이었던 성 소방사은 불이 난 집 안에 있던 할머니를 부축해 밖으로 대피시켰으나,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망설임 없이 다시 화재현장으로 돌아갔다. 이날 밤 성 소방사은 결국 불에 탄 집 안의 할아버지 옆에서 발견됐다.
어릴 때부터 소방관이 꿈이었던 성 소방사는 대학 소방방재학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 소방관 시험에 응시한 그는 3번의 낙방 끝에 4번째에 합격해 지난해 5월 임관했다.
10개월 신입 소방관이 생일을 열흘 앞두고 찾은 이날 화재현장은 심각한 상황이었다. 목조 주택인 탓에 불길이 삽시간 퍼졌고 집도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누구도 선뜻 구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 소방사는 동료들의 만류에도 거침없이 불길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비보를 듣고 빈소에서 아들을 만난 성 소방사의 부모님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성 소방사의 아버지는 "열흘 후 가족이 다함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는데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어머니는 동료들의 손을 잡고 "너희들은 이렇게 다 왔는데, 왜 우리 아들만 없느냐"며 울다 끝내 쓰러졌다. 빈소를 지키던 동료들과 중앙소방학교 97기 교육생 동기 역시 망연자실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빈소에 조화를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고 "마지막 가는 길에 한치의 부족함이 없이 예우를 다하라"고 지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빈소를 찾았다. 소방 당국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라 성 소방사의 위험직무순직을 추진 중이다.
성 소방사의 영결식은 9일 김제 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전라북도청장으로 엄수되며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될 예정이다.